Book Review

의학적 상상력의 힘 : 의학의 미래는 상상력에 있다

soocut28 2025. 5. 10. 07:59

의학적 상상력의 힘 : 의학의 미래는 상상력에 있다
저: 김재진

출판사: 21세기북스

출판일: 2010년 06월

 

근래에 이유를 알 수 없는 허리통증으로 인해서 정형외과를 여러 번 왔다갔다 할 수 밖에 없었다. 근육 이완제를 주사맞고, 물리치료를 여러 차례 받은 뒤에 통증이 나아졌다. 어린 시절 두 번의 심각한 병을 앓았기 때문인지 병원에 가는 것이 낯선 일은 아니다. 오히려 몸의 이상이 있다면, 바쁜 와중이라도 시간을 쪼개서 진료를 받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의사와 병원이라는 것도 자본주의의 토대에서 돌아가는 하나의 권위적 조직으로만 비춰졌다. 말하자면, 거기에 어떤 담대한 인간성을 찾아보기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권력의 구조일 뿐이다. 다시 고찰해보면 그것은 어차피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다. 결국 대상이 단지 환자라는 인간을 상대로 한 비지니스라고 치부해버린다면 말이다.

의학적 상상력? 책의 제목을 잠깐 읽어보니 어떤 내용의 책일까 궁금했다. 여러 명의 공저자가 있는 책 중에서 제대로 된 내용을 전하는 책보다는 부실한 책을 많이 접해본 적이 많아서, 망설여지기는 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내가 시니컬하게 바라보던 국내 의학계 내부에서도 자신들을 반성하고 향후의 발전과 개선의 가능성을 서로 토의한다는 뜻깊은 시도를 알게 되었다. 물론 그것이 그저 말장난에 불과하다면, 대단히 실망스러운 일일 것이다. 또한, 솔직하게 말한다면 저자들이 말하는 바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의사의 실천적 의지가 없다면 그저 허무한 논의와 자기반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다.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고 전통적 관습에 반하는 새로움을 시도하기 어려운 의사들은 비판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은 보수적 집단이다. 국내의 이러한 의사집단의 모습은 그 유래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뼈 아픈 일이지만, 우리는 근대를 일본을 통해서 습득했고, 그것이 의료계라고 예외라고 할 수는 없었다. 고려의대 안덕선 교수가 지적한 대로 서양의학이 사회적 실천으로 규명되는 것과는 달리 조선에 이식된 일본의 의학은 자신들의 과학적 지식과 힘의 우위를 이용한 정치쇼로 안착되었다. 따라서 인문학은 교육에서 생략되었고, 일본인 밑에서 과학적 지식의 섭렵만의 통제된 교육을 받았던 것이다. 따라서 현대의 의학교육은 그 지적활동의 근본적인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상상력의 부재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식의 통합과 연결, 고차원적 상상력과 통합능력을 학생들에게 요구해야만 한다. 전우택 교수처럼 인문학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요약한 대로, 이 책은 인간의 지적원천은 상상력을 의학에 접목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앞서 지적한 대로 의학적 상상력의 활용이 앞으로의 의학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매우 흥미롭게 생각되었다. 하지만, 정확하게 공저자들 사이에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의학적 상상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기초적인 정의도 통일되지 않아 보이기는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허정아 교수는 '의학적 상상력이라는 말 자체가 다소 생경한 감이 있을지 몰라도 .... 의학 역시 인간의 몸과 마음에 대한 아직 알려지지 않은 영역으로의 끊임없는 탐험인 것이다.' 한편 이자경 교수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즉 의사가 진료를 하지만 보다 나은 환자 중심의 진료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상상력이다. .... 의학에서의 상상력은 치료방법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진단을 내리기 위하여 상상력이 필요한데 ....' 이일학 교수는 '환자의 개별적인 요소를 개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의사들에게 필요한 상상력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비라고 할 수 있다.' 등이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다지 후한 평을 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학술회에서 발표된 글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보니, 가장 기본적인 의학적 상상력의 개념과 범주도 설명되어 있지 않은 불친절한 책이다. 내용도 제각각이고 겹쳐있다. 도서관이나 혹은 서점에서 시간이 난다면, 잠깐 사이에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어떤 철학도 감동도 없다. 하지만 스스로를 반성하고 앞으로 의학이 나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최초의 모색이다라고 치부한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