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

soocut28 2025. 2. 11. 10:02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
역: 곽차섭 지음

출판사: 푸른역사

나는 민족주의에 강하게 매료되어 있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긍정적인 모습과 부정적인 모습을 함께 발견하곤 한다. 사실상 알다시피 민족주의라는 개념은 비교적 근대에 형성된 개념이었고, 이 민족주의가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 사실상 파멸적인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조작되었던 적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강한 민족주의는 아마도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는 도중에 더욱 강화되고, 박정희를 비롯한 군부독재 정권에 의해서 공고히 되었을 것이다.

언론에서 떠들썩하게 보도 되었던 안토니오 코레아의 후손들이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다는 소식과 그에 대한 한국인들의 기대와 자랑스러움은 미묘하게 결합되어 잘못된 추측의 사실화, 적절한 전거 없이 이루어진 신화化라는 잘못된 확대재생산의 길을 걷고 있다. 그 이면에는 민족주의라는 개념이 하나로 잡아가는 것은 아닐까? (한 때, 한국혈통으로 생각되었던 코레아氏들은 유전조사에서 한국인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음이 증명되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쇼였던 셈이다.)
이러한 기대감 때문에 아마도, 루벤스의 "한복입은 조선남자"라는 드로잉 작품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꺼질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한국과 국외에서 이루어진 그간의 연구를 정리하고 이에 대한 반론과 정리를 시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본학자 야마구치의 논문의 잘못에서 시작된 한국사학자들의 잘못은 자뭇 크다고 주장하며, 자의적이고 전혀 논리에 맞질 않는 주장들이 그간에 사람들에게 얼마나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했다고 본다.
곽차섭 교수의 글은 매우 간결하게 쓰여져 있고, 미술작품과 연관된 해설이기 때문인지 다양한 도판을 제공하고 있어 다른 어떤 서적보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루벤스 작품과 안토니오 코레아와의 어떤 관계설정이라는 것은 단순한 추측에 기반한 전제였을 뿐이고, 저자가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결정적인 증거들은 하나도 없다. 결국, 나는 본서가 역사서임을 포장한 추리소설 같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