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soocut28 2025. 2. 12. 10:37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저: 버트런드 러셀

역: 송은경

출판사: 사회평론

출판일: 1999년 3월

 

종교가 주는 순기능을 나는 외면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광기의 시대를 벗어나 이성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내가 자유와 권리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감과 안도감마저 가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 자유가 너무 지나쳐보일 때도 있지만) 대학시절, 나는 비교종교학 모임에서 활동하면서 종교라는 믿음보다, 종교가 우리들에게 주는 정신적, 문화적 그리고 역사적인 영향들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나는, 우리 친가와 외가가 모두 카톨릭교회의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무신론자가 되었다. 나에게 있어서 종교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은  광기와 어리석음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것은 어느 한편에서는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신의 이름으로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억제해왔었다고 믿었다. 형태를 달리하지만 중세와 근세시대의 유럽의 교회, 우리 나라에서의 유교의 영향,  그리고 일본에서의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광적인 국가주의교까지.. 그리고 이러한 예들은 얼마나 많단 말인가!

물론 버트런드 러셀이 쓴 에세이들이 20세기 초반기의, 어쩌면 우리와는 많은 부분 사회적인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그의 글은 합리적이며, 몇몇 시사적인 언급을 제외한다면 대체로 지금의 세태와 틀리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처음 읽은 버트런드 러셀의 글에서 느낀 놀라운 점이다. 그리고 그의 글이 결코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빠져들어감을 느꼈다.

나는 러셀과 같이, 종교의 태생은 인간의 두려움과 공포에서 기인했고, 그것은 어쩌면 지금 현재 우리가 미신이라고 부를 지도 모르는 것들에서 기인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종교는 스스로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요인들에 의해서 다르게 변화하였다고 본다. 종교가 과연 인간의 역사에 어떠한 역사를 미쳤는가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서 생략하고자 한다. 어쨌든 나는 종교가 역사적인 한 실체라고 생각했고 그것을 단 한번도 절대적인 실체로 인정한 적이 없다.

러셀은 기독교인들이 이야기하는 절대적 실체에 대한 논리적 해설들, 즉 제1원인론, 자연법칙론, 목적론, 신성을 위한 도덕론, 불의 치유론을 합리적으로 비판하고, 그것이 절대적이며 완벽한 실체에 대한 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대한 그의 글은 매우 흥미롭기 때문에 꼭 읽기를 권하고 싶다.)

그의 의문처럼, 만약 절대적이며 완벽한 실체가 만든 이 세상이 이런 모습일까?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고,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학대하는 비정상적인 세상을 과연 절대적이며 완벽한 실체가 만들었다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리고 절대적 실체를 중심으로 하는 지구상의 여러 종교들 사이에도 우리가 어떠한 합의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보면 종교에 대해서 절대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될 것 같다.

어쨌든 그의 글을 어떻게 보느냐는 각자의 생각에 달려 있지만, 모쪼록 종교라는 선입견을 배제하여 보다 객관적인 눈으로 종교와 도덕을 사람들이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어렵게 이루어낸 이 이성의 시대에서 나는 나에게 주어진 자유와 권리를 바탕으로 사랑이 충만된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2007.4.30


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 3rd Earl Russell, OM, FRS, (18 May 1872 – 2 February 1970), was a British philosopher, historian, logician, mathematician, advocate for social reform, pacifist, and prominent rationalist.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0) 2025.02.12
불모지대  (0) 2025.02.12
칼의 노래  (0) 2025.02.12
나를 배반한 역사  (0) 2025.02.12
세계는 지금 이런 인재를 원한다  (0) 202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