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soocut28 2025. 2. 11. 13:37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저: 박민규

출판사: 한겨레신문사

출판일: 2003년 08월

 

'1할 2푼 5리의 승률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라는 책표지의 타이틀을 보면서 읽어 내려간 책이다. 사실은 독서토론회에서 선정했던 박민규씨의 '핑퐁'이라는 책을 구매하기 위해서 기웃거리다가 이전에 들은 기억이 나서 함께 구입해보았다.

야구에 빗댄 소설, 그러고보니,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쓴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가 생각나기는 한다. 그 내용은 야구가 사라진 근미래에 과거에 야구광이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것이지만 그것이 단순한 야구에 대한 소설은 아니었다.

어쨌든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내 기억에서는 거의 가물가물했던 한 사라져간 야구팀을 모티브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어쩌면 내가 느꼈던 것이 작가가 의도한 것에서는 다 미치지 못할 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이 책을 재미있는 하나의 소설로 자연스럽게 읽고 무리하게 그 의미를 유추하지 않으려고 했을 뿐이다.

자본주의의 캐치프라이즈, 프로가 되라. 어째면 세상은 이러한 자본주의의 명제아래서 모든 사람들을 주인공의 친구가 말한대로 돼지발정제를 주사한 후 미쳐버린것과 같은 상태를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아사리판에서는 한마디로 아마추어는 왠지 실패자로 찍히고 힘들게 살것만 갈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뭔가 많이 가졌는데 만족할 수 없고 왠지 부담스럽고 왠지 쫓기는 듯한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그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돼지발정제를 무차별적으로 주사한 이 사회의 시스템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가 특별하고 의미있었던 것은 그러한 프로들의 세계에서 아마추어로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야구를 했기 때문이고, 최후까지 그런 빛깔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83년의 반짝임은 그렇거나 말거나. (작가의 말버릇처럼) 6월항쟁 후의 승리와 노태우의 당선은 83년 반짝이다가 추락한 삼미의 모습과 비슷해보인다는 말. 

나역시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으로 경쟁과 프로가 되어야 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한 나의 감정들은 어쩌면 이 사회의 제도들이 은연중에 나에게 돼지발정제를 주사한 것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나는 그러한 틀에서 벗어나면 인생은 무의미하고 나중에 견딜 수 없는 허전함과 외로움을 느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인생은 흘러가고, 무엇을 얼마나 좋은 것을 나쁜 것을 원했던지.

사실은 우리는 한가지를 희생하고 한가지를 얻는 것이다. 즉, 나는 나의 시간을 팔고 나의 몸을 혹사시키며 어쩌면 자신도 잘 느끼지 못하는 안정감을 찾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달리 보면 프로의 세계에서 아마추어인 1할 2푼 5리의 승률을 가진 그들은 나름대로 다른 의미의 행복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적어도 자신의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무리하지 않는 삶, 흔히 사람들이 삼천포로 빠졌다는 그 삶에서 굉장한 행복을 느낄 줄 어떻게 알것인가?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소설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06.12.01


Park Min-gyu (born 1968) is a South Korean writer.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핑퐁  (0) 2025.02.11
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  (0) 2025.02.11
공자와 노자, 그들은 물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0) 2025.02.11
하얀성  (0) 2025.02.11
개미 살리는 선물.옵션 80/20 투자전략  (0) 2025.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