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의 역사 : 현대의 모순을 비추는 거울
저 : 루이트가르트 마샬
역 : 최성욱
출판사 : 자연과생태
2011년 10월20일
역사를 바꾼 물질 이야기 시리즈의 첫 편으로 출간된 '알루미늄의 역사'는 현대 자본주의 문명이 키운 탐욕이 어떻게 알루미늄의 역사를 만들었는지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물론 루이트가르트 마샬이 독일어권 독자를 위해서 쓴 책이기 때문에 내용은 독일과 유럽을 중심으로 씌여져 있기는 하지만, 현대문명의 낭비적 소비습관과 모순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데는 손색이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알루미늄의 원료가 되는 보크사이트가 땅 속에서 나오고 이를 채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환경파괴 그리고 다시 산화알루미늄을 전기분해할 때 쓰이는 막대한 전기에너지가 얼마나 우리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지 인지하지 못하고 우리는 알루미늄을 일상의 금속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후 경제기적의 시기에 독일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이동성을 강조하는 미국식 생활방식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근검절약과 절제의 미덕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간편한 금속 혹은 캔 형태의 일회용 제품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알루미늄 캔은 특히 함석보다 열전도율이 월등히 좋았으며 매장에서의 재고 유지비용 등이 낮았고, 또 간략한 제조과정과 앞서 말한 소비자의 선호가 겹치면서 소비가 촉진되었다. 물론 이후 환경운동 등의 영향으로 알루미늄 캔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에너지와 환경파괴가 지적되기도 했지만, 캔 제조업자들은 '재활용'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주었다. 어떠한 이미지이든지 간에 저자는 중요한 것은 알루미늄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환경파괴와 에너지낭비가 어떤 것인지를 정확하게 인식해야지만 우리들 스스로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철에 이어 제2의 금속으로 성장한 알루미늄이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1825년 처음 발견된 이래, 찰스 마틴 홀과 폴 에루에 의한 전기분해법이 개발되어 양산이 될 수 있었지만 알루미늄이 특별하게 사용될 수요가 없었기 때문에 시장개척에 매우 불리했다. 하지만 20세기의 새로운 조류는 알루미늄 산업의 성장가도를 일으켰다. 세계대전은 구리를 대신할 전략 금속으로의 알루미늄을 주목하게 했다. 진보적인 디자인 조류에 알루미늄은 그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가진 재료로 선호되었다. 한편 운송분야에서의 확고한 기반은 특히 수요 확대에 중요했는데, 가볍고 단단한 알루미늄 합금으로 절약되는 에너지가 생산에 들어간 에너지의 3배로 추정되면서 더 중요해졌다. 하지만 이럼에도 불구하고 알루미늄 산업은 막대한 에너지와 환경파괴의 주범이다.
전기가 없으면 알루미늄 산업도 없다. 알루미늄 전기분해가 에너지 집약적 산업분야로 분류될 정도로 이 과정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초기 알루미늄 산업의 전기수요는 초창기 전기산업의 매출과 성장을 촉진시키기도 했지만, 초기 공장은 하얀 석탄이라고 불리우는 수력에 의존했다. 하지만 이후 독일은 갈탄 화력발전소에 의존하기도 했으며, 핵발전소가 건설되면서 여기서 값싼 전기에너지를 충당받았다. 하지만, 초창기 유럽 선진국에 있었던 알루미늄 제련공장은 보다 전기가 싼 남반구 국가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알루미늄 생산에 값싼 전기에너지는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이러한 남반구 국가의 사람들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모순을 잘 인지하고 있지만 미국, 유럽,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을 모른채 알루미늄을 낭비하고 있다.
우리는 알루미늄이 어떻게 생산되고 있는지 모른채, 현대적 이미지에 포장된 알루미늄을 낭비하고 있다. 이러한 가정을 잘 안다면 우리는 알루미늄의 낭비적 소비를 줄이고 건전한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를 느낄 것이다. 알루미늄 캔과 같은 일회적 소비가 아니라 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합리적 선택이야 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아주 쉽고 실천적 과제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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