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멸종: 페름기 말을 뒤흔든 진화사 최대의 도전
When Life Nearly Died
저: 마이클 J. 밴턴
역: 류운
출판일: 뿌리와이파리
발행일 : 2007년 07월09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읽은 책을 가만히 살펴보니 문득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과학적 지식과 그에 따른 발전이라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지혜가 계속 축척된 결과로 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Peter D. Ward와 Donald Brownlee가 쓴 '지구의 삶과 죽음'이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한 지구에 대한 새로운 거시적 시각을 주었다고 할 수 있었으며, 도널드 조핸슨의 '루시, 최초의 인류'는 지구에서의 인류의 탄생을 그리고 마이클 벤턴의 '대멸종'은 인간이라는 종도 영원할 수 없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지구로 환원되는 순환적 사고를 우연히 하게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염세주의에 빠질 염려가 없지는 않겠지만, 인생의 고민을 형이상학적 차원으로 더이상 승화시킬 능력이 없기 때문에 사고의 수준에서 그칠 수 있었다.
어쨌든 '대멸종'이라는 주제는 매우 매력적이다. 그것은 실제로 발생했던 일이며 또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위치와 더불어 미래를 다시금 돌이켜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주제가 주는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일까. 대멸종의 원인과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의 주장이 엇갈려 있다. 이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논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 19세기 자연과학의 발달의 선봉에는 지질학이 있었으며, 지구 역사에서 일어난 사건을의 연대를 구성하는 층서학은 각 층서에서 발견되는 화석과 더불어 발전하게 되었다. 존 필립스는 이 당시에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라는 지질계열의 정확한 범위를 설정했으며, 한편으로는 당시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하부의 사암과 석회암, 상부의 트라이아스계 사이에서 기존의 생명체가 거의 모두 사라지고 새로운 생명체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한편 이 알려지지 않은 하부의 사암과 석회암은 머치슨에 의해서 페름계라고 명명되었다.
페름기-트라이아스기 사이의 이러한 대멸종은 이후 지구의 진화과정에 커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대멸종의 원인을 격변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으나, 영국의 과학자 라이엘은 이를 폐기시켰다. 그는 모든 지질현상들은 현재의 변화과정들로 설명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 된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이 동일과정론자임을 밝혔으며 격변론자를 공격했던 것이다. 따라서 정규과학의 테두리에서는 대멸종을 연구하는 것이 불가능해져버렸다. 이러한 가운데 대멸종에 관한 연구는 고생물학에 대한 무지와 섞여 공룡의 멸종에만 관심을 두는 흥미위주의 논의가 이루어지는 상황까지 되어 버렸다. 하지만 6,500만년 전 공룡의 멸종은 더욱 큰 대량멸종의 일부에 불과했다. 오히려 페름기 말 대멸종이 휠씬 규모가 크고 진화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음에도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1980년 엘버레즈 연구팀이 '백악기-제3기 멸종의 외계원인 (Extraterrestrial Cause for the Cretaceous-Terriary extinction)'을 발표하면서 전환을 맞았다. 여기서 이들은 지름 10킬로 정도의 운석이 지구를 강타했으며 이로 인한 수백만 톤의 바위와 먼지가 대기 중으로 발산되었으며 지구를 둘러싼 먼지는 1년 이상 햇빛을 차단했고, 그 결과 식물의 광합성이 타격을 입고 뒤이어 먹이사슬이 무너지면서 대량멸종이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논거로 이들은 외계로부터만 반입되는 이리듐의 각 층서에서의 함유량을 검사하여 KT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이리듐 스파이크'를 증거로 제시했다. 즉, 이리듐 스파이크는 운석이 지구와 충돌로 인해서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고생물학자와 물리학자 사이에 지리한 논쟁이 있었으나 현재는 운석충돌로 인한 대멸종이 긍정적으로 산정되고 있다.
과거를 살펴보면 우리는 과거에 최소한 5번 정도의 대멸종이 있었으며, 보통 20~65%의 과 손실, 50~90%의 종 손실이 있었다. 지리적으로 널리 분포하는 동물군들이 지리적으로 고립된 종에 비해서 대멸종의 영향을 덜 받은 것 같다. 한편 대멸종은 한순간에 일어난 경우부터 1,000만년 동안 몇 가지 복합적인 사건들이 함께 있었던 경우까지 다양했으며, 이후에 생명은 다시 회복했다. 페름기 말의 멸종 이후에는 약 1억년이 걸리기도 했다. 페름기 말 위기를 견딘 생존 동물에는 특징이 있었는데, 일단 저산소조건에서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가졌으며, 왜소화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이러한 멸종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운석충돌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증거는 없었다. 한편 시베리아 트랩으로 알려진 지역에서의 대규모 화산활동이 페름기 말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자 기온이 올라갔고 냉동상태의 기체 수화물 저장고에 영향을 가져와 메탄을 대량발생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페름기 말의 대멸종의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지거나 증빙된 것은 없는 상태이다.
앞으로 우리는 계속 과거 일어났던 대멸종의 원인에 대해서 탐구를 계속할 것이다. 인류가 이제는 여섯번째 대멸종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이러한 탐구를 통해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생명, 종이라는 그자체도 영원히 진화를 거듭하는 것은 아니며 언제나 멸종의 한가운데에 서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점이 많아 보인다.
Michael J. Benton is a British palaeontologist, a Fellow of the Royal Society of Edinburgh, and professor of vertebrate palaeontology in the Department of Earth Sciences at the University of Bristol. His published work has mostly concentrated on the evolution of Triassic reptiles, but he has also worked on extinction events and faunal changes in the fossil record. His work appears in New Scien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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