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운명
저 : 문재인
출판사 : 가교출판
발행일 : 2011년 06월
신간서적, 추천도서, 베스트셀러 라고 선전하는 책이라도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다지 읽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손도 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참여 정부에서 청와대 핵심 인물로 정무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변호사의 '운명'이 출간되자 주저하지 않고 읽고 싶었다. 문재인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과 인생을 같이 한 친구이자 동지가 아닌가. '운명'이라는 단어를 읽으니,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유서의 '운명이다'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그래.. 살면서 인생에서 운명같은 인연을 만나게 되고, 문재인 변호사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그 인생을 이끈 장본인임에 틀림없다.
운명이 이끄는 대로 문재인과 노무현의 인연은 시작되었겠지만, 그들이 서로 자신들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존중했음은 분명하다. 학생운동 전력으로 인해서 판사 임용이 좌절된 문재인이 우연히 부산에서 노무현과 함께 변호사 사무소를 시작한 것이 우연이였다면, 도덕적 신념에 바탕을 둔 원칙주의를 서로 받아들이고 존중했던 상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운명이였을 것이다. 노무현이 이른바 인권 변호사로 자신의 활동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문재인이라는 파트너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서로 다른 기질을 가졌지만, 동일한 가치관을 확인했기 때문에 노무현은 그 때까지 이어왔던 커미션과 접대를 하지 않을 수 있던 것 아닐까.
문재인과 노무현이 찢어지게 가난한 성장과정을 거쳤고 이에 따른 사회의식을 가지게 되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오늘날 기득권이라는 자들도 이런 성장과정을 거쳤지만, 탐욕과 위선만을 배운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두 사람이 사회를 긍정적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낙천주의자로 생각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인권변호사로 수도권에 비해서 소외된 울산, 부산 등지의 노동, 학생운동의 변호를 적극적으로 맡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활동 후에 드디어 노무현은 국회위원에 당선될 수 있었다. 제도권 정치무대에 이 고집센 사나이가 드디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문재인이 많은 역할을 했다는 것은 우리는 알 수 있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극적으로 승리하면서 문재인과 노무현은 각각 정무수석과 대통령으로 청와대에 입성한다. 평소의 소신대로 이들은 참여정부에 높은 도덕적 기준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기득권이 견고하게 방어하고 있던 여러 분야의 개혁을 적극적으로 시도한다. 공정한 인사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서 노력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발탁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혁은 번번히 기득권의 반발을 초래했으며 다소 부드럽지 못한 국정운영도 없지 않았다고 봐야 된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가지고 출발했기 때문일까. 철도파업, 화물연대의 물류파업은 그 동안 진행된 모순이 한꺼번에 터진 듯 했다. 이라크 파병으로 시민사회 단체와 진보진영이 참여정부에 등을 돌렸다. 국정운영의 현실은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졌다고 자부한 참여정부에도 어려운 것이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문재인 변호사가 말한 대로 보다 성숙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참여정부 5년의 시간을 다시 복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반동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긍정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존 F. 케네디는 '진실의 가장 큰 적은 신화다'라고 했다. 참여정부의 성과에 대해서 그릇된 신화에 빠지진 말자. 극우논객들의 수준 떨어지는 좌파정권 운운하는 이야기나 맹목적인 참여정부에 대한 교조적 맹신은 금물이다. 나는 참여정부의 모든 것을 긍정하지는 않지만, 우리 역사의 발전 궤에서 참여정부의 성과는 긍정적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2012년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스테판 에셀이 당신에게 소리쳤듯이 '분노하자! 그리고 참여하자!'
나에게도 문재인 변호사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것처럼 나를 운명처럼 미래의 어떤 모습으로 이끌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나 역시 운명처럼 이끌려 치열하게 살아보고 싶어진다. 문재인과 노무현, 그들은 지지 않았고, 그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신화'를 만들어갈 것이다.
Roh Moo-hyun (1 September 1946 – 23 May 2009) was a South Korean politician and lawyer who served as the ninth president of South Korea from 2003 to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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