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딜레마 : 원자력 르네상스의 미래
저 : 김명자
출판사 : 사이언스북스
발행일 : 2011년 05월20일
일본의 동북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도쿄 출장을 불과 며칠 남겨두었던 상태였었다. 그 날 밤 11시까지 사무실에 남아서 뉴스 웹사이트에서 나오는 중계 방송을 계속 청취했다. 한편으로는 사이타마현에 남아있는 가족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일본은 저력있는 국가이고 또 지진이라는 자연재해가 워낙 많기 때문에 준비도 시민의식도 보다 철저하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일본인들은 특유의 침착함과 질서의식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를 걱정스럽게 했던 것은 원전이었다.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방사능 누출이 발생했던 것이다. 이 사건이 최고의 안전성을 자랑하는 이웃 국가 일본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우리에게는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구 소련의 처참한 체르노빌 사건의 악몽이 떠오르면서, 우리는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원전의 안정성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현 정부에서는 '녹색성장'을 주장하고, 친환경 에너지 활성화를 통한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대표격인 태양광에너지, 풍력, 조력, 수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커다란 축은 사실상 원자력 에너지의 활용이다. (UAE 입찰 수주로, 정부는 원전건설을 심지어 차세대 비즈니스로 보는 것 같다.) 실질적으로 현재의 신재생에너지는 정부 사업의 측면이 큰데, 즉 정부 보조금 등이 없을 경우에는 그다지 경제성이 좋지 않다는 의미이다. (솔직히 신재생에너지의 장기적인 전망은 밝을 지 모르겠지만, 단기적으로는 버블이 있다고 본다.) 게다가 이러한 신재생에너지는 안정적인 전원을 생산하는데 커다란 한계가 있다. 이는 안정적 전원이 필수적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에게는 커다라는 단점이다. 따라서 우리가 유럽의 소국이 아닌 이상에야 신재생에너지가 단기적으로는 절대로 주요 에너지원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사실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나는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단언컨대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 백지화 라든지 원전 확대에 대해서는 부정만을 할 수는 없다. 당연히 진보적 입장에 서는 사람은 원전의 폐쇄와 클린에너지 확대를 주장하겠지만 현실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 실질적으로 전력 생산의 35 ~ 40%를 담당하는 원전의 즉각적 폐쇄도 어렵다. 또한 원전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도 명확한 대체안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보다 정확한 것은 모든 인간의 활동은 공해를 유발한다. 하물며 태양광에너지 사업이 마냥 친환경적이라고 어떻게 볼 수 있단 말인가. 어쨌든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며, 이 과정에서 원자력 에너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이전, 과거와는 다르게 보다 호의적인 여론의 형성과 불가피성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한마디로 원자력 르네상스가 도래한 듯 보였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최고의 안전성을 자랑하는 일본에서도 이러한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한편, 설계수명을 다한 원자력의 연장운영을 결정한 우리에게도 커다란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물론 수명연장은 우리만의 일은 아니며, 미국과 일본에서도 일반적으로 행해진다. 원전은 초기 건설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아무래도 안전하다면 전력회사는 운전수명을 연장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세계 각 국에서 원전의 확대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영향을 많이 받는 석유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 안정적 전력 확보 등을 위해서는 결국 필수불가결한 선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방법은 안전을 절대 양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전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또 부족한 원자력 인력의 육성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체르노빌 사고와 스리마일 사고는 인재였다.) 또한 지지부진한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방안에 대한 시급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으로 경주를 선정했을 뿐이지 않은가?)
아마도 원자력 반대론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폐로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원자력은 절대로 저렴한 에너지가 아닐 지 모른다. 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이며 따라서 필요악으로 이를 지혜롭게 관리 운영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빠를 것 같다. 또, '원자력 에너지 = 핵무기'로 생각하지는 말자. 물론 내 견해를 읽어보시고 반대 의견을 주시는 분도 많을 것이다. 어쨌든 적절한 시기에 출간된 '원자력 딜레마'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약간 지루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2011. 6. 30. 23:56
대한민국의 과학자, 정치인이다. 환경부장관을 역임했으며, 현재 KAIST 이사장, 한국환경한림원 이사장, 한국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명예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https://namu.wiki/w/%EA%B9%80%EB%AA%85%EC%9E%90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진강 주변 고구려 城을 찾아서 (0) | 2025.05.12 |
---|---|
지식인의 책무 (0) | 2025.05.12 |
문재인의 운명 (0) | 2025.05.12 |
분노하라 (0) | 2025.05.12 |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0) | 2025.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