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정의란 무엇인가

soocut28 2025. 5. 11. 07:23

정의란 무엇인가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 

저: 마이클 샌델

역: 이창신 

출판사: 김영사

출판일: 2010년 05월
 

11월에 일본 출장을 가면서, 공항서점에 구매한 책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이었다. 대학을 다닐 때 교양과목으로 수업을 하나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우리를 가르쳐주셨던 분이 기억이 난다. 하반신에 장애를 가지고 계셨지만, 목발에 의지해서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었다. 교양과목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터라, 그저 학점을 얻을 목적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 수업만큼 나를 집중시킨 것도 없었다. 지금도 흔히들 이야기를 하는 안락사 문제라든지 혹은 동성혼, 낙태에 대한 그 분의 말씀이 기억이 난다.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으니 안타깝다.

요란스러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인문학의 부활을 알린다는 다소 성급한 기사까지 양산할 정도로 우리에게 화제가 되었다. 마이클 샌델이라는 이름도 무척 생소했다. 철학에는 무지하고 어렵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읽은 저자의 책은 '생명의 윤리를 말한다'라는 책이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큰 성공 뒤에 급하게 타 출판사에서 기획된 것으로 보였다. 내가 정확하게 '생명의 윤리를 말한다'를 이해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리고 약간 두꺼운 '정의란 무엇인가'를 보자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떤 복잡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라는 걱정마저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끝내자, 이제가지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이클 샌델은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 지 묻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제레미 벤담과 스튜어트 밀은 정의란 공리나 행복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리주의는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으며 중요한 도덕적 문제를 모조리 쾌락과 고통이라는 하나의 저울로 측정하는 오류를 범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편으로는 정의를 자유와 연관짓기도 한다. 자유시장주의자(Libertarian)들은 정의란 자유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자발적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규제 없는 시장을 옹호하면서 정부 규제에 반대하는데 그 명분은 인간의 자유이다. 앞서 읽었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장하준이 책 전반에 걸쳐서 비판하고 있는 자유시장주의자의 배경 철학도 이에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마이클 샌델이 예로 든 밀턴 프리드먼을 장하준도 언급한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시장은 과연 공정한가? 자유시장에서 우리의 선택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이와 더불어 정의란 선택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다른 한쪽에서는 존 롤스처럼 원초적으로 평등한 위치에서 행할 법한 가언적 선택이라고 본다. 이를 자유주의적 평등주의라고 한다. 존 롤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기초가 된 칸트를 이해해야 한다. 칸트는 '순수 이성 실천'을 연습하여 도덕의 최고 원칙을 도달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능력과 자유롭게 행동하는 능력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자유롭게 행동한다는 것은 자율적으로 행동한다는 뜻이다. 천성이나 사회적 관습에 따라서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부여한 법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행동은 주어진 목적에 걸맞은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를 선택하는 것이다.

칸트가 도덕, 자유, 이성을 어떻게 연관시키는지 살펴보자. 도덕은 의무 대 끌림, 자유는 자율과 타율, 이성은 정언명령 대 가언명령으로 나눌 수 있다. 의무와 끌림에서는 의무 동기만이 어떤 행동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다.  두번째 대조는 내 의지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칸트는 내 의지가 나에게 부여한 법칙에 지배될 때만이 나는 자유롭다. 그리고 그러한 법칙은 이성에서 나온다. 칸트는 도덕과 관련된 실천 이성을 도구로 여기지 않고 '어떤 경험적 목적에도 상관없이 선험적으로 정해지는 순수 실천 이성'으로 여긴다. 칸트는 이성이 의지에 명령하는 두가지 방법을 구별한다. 칸트는 조건이 따라 붙는 가언명령을 조건 없는 정연명령과 대조한다. 따라서 정언명령만이 도덕적인 명령이 될 수 있다. 칸트는 합법 정부는 맨 처음 만들어진 원초적 계약을 기반으로 하고, 이는 상상의 계약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무엇인지는 존 롤스가 답하고자 했다.

존 롤스는 정의는 원초적으로 평등한 상황에서 어떤 원칙에 동의하는 가를 묻는 것이며, 사회계약은 이러한 위치에서 이루어지는 가언합의라고 한다. 소득과 기회의 분배는 도덕적 관점에서 볼 때 임의의 요소를 기반으로 해서는 안된다. 롤스가 내놓은 대안은 차등원칙이라 부르는 것으로 재능 있는 사람을 격려해 그 재능을 개발하고 이용하나, 그 재능으로 시장에서 거둬들인 대가는 공동체 전체에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한편 고대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다. 정의는 능력에 따라 우수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된다. 재화의 목적에서 그 재화의 적절한 분배에 이르기까지 아리스토텔레스의 추론 방식은 목적론적(teleological) 이다. 또한 그는 정치의 목적은 어느 목적에도 치우치지 않는 권리의 틀을 정하는 게 아니라 좋은 시민을 양성하고 좋은 자질을 배양하는 것이다. 즉 미덕이다. 도덕적 미덕에는 판단이 필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실천적 지혜라 부르는 지식이다. 이는 선에 따라 행동하는 능력의 이성적이고 진실한 상태라 그는 말한다. 그러나 이는 선을 권리에 앞세우며 자유주의자들은 의심스러울뿐만 아니라 위험하다고 본다.

이제까지 우리는 공리주의, 자유시장주의자, 자유주의적 평등주의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행복의 극대화가 혹은 권리의 확대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든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또한 복잡하고 다양한 도덕적 요구를 설명하기에도 어렵다.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는 '나는 사회적, 역사적 역할과 지위와는 별개의 존재'라는 생각은 잘못이며 인간은 서사적 존재라고 본다. 매킨타이어는 나는 개인이라는 자격만으로는 결코 선을 추구하거나 미덕을 실천할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공동선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는 시민의식, 희생, 봉사를 들 수 있으며,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인정하고, 연대를 통한 시민의 미덕을 발휘하며 도덕에 기초한 정치를 시작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존 롤스까지 몇 천년의 정치철학자들의 사상을 포용하며 결국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는 마이클 샌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단지 정치철학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정치, 문화, 경제에서의 근 30년간의 자유시장주의자들의 이론을 따른 대가가 지금 너무나 크게 해악을 미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장하준이나 마이클 샌델이 주장하는 바대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시기에 온 것일지도 모른다.


Jeremy Bentham (1748 – 1832) was an English jurist, philosopher, and legal and social reformer. He became a leading theorist in Anglo-American philosophy of law and a political radical whose ideas influenced the development of welfarism. He is best known for his advocacy of utilitarianism and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and the idea of the panopticon. His position included arguments in favour of individual and economic freedom, usury, the 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 freedom of expression, equal rights for women, the right to divorce, and the decriminalisation of homosexual acts.

 

John Stuart Mill (1806 – 1873) was a British philosopher and civil servant. An influential contributor to social theory, political theory, and political economy, his conception of liberty justified the freedom of the individual in opposition to unlimited state control. He was a proponent of utilitarianism, an ethical theory developed by Jeremy Bentham, although his conception of it was very different from Bentham's. Hoping to remedy the problems found in an inductive approach to science, such as confirmation bias, he set forth the premises of falsification as the key component in the scientific method. Mill was also a Member of Parliament and an important figure in liberal political philosophy.

 

Milton Friedman (1912 – 2006) was an American economist, statistician, a professor at the University of Chicago, and the recipient of the Nobel Prize in Economics. Among scholars, he is best known for his theoretical and empirical research, especially consumption analysis, monetary history and theory, and for his demonstration of the complexity of stabilisation policy.

 

Immanuel Kant (1724 – 1804) was an 18th-century German philosopher from the Prussian city of Königsberg. Kant was the last influential philosopher of modern Europe in the classic sequence of the theory of knowledge during the Enlightenment, beginning with thinkers John Locke, George Berkeley, and David Hume.

 

John Bordley Rawls (1921 – 2002) was an American philosopher and a leading figure in moral and political philosophy. He held the James Bryant Conant University Professorship at Harvard. His magnum opus, A Theory of Justice (1971), is now regarded as "one of the primary texts in political philosophy."His work in political philosophy, dubbed Rawlsianism, takes as its starting point the argument that "most reasonable principles of justice are those everyone would accept and agree to from a fair position."Rawls employs many thought experiments—including the famous veil of ignorance—to determine what constitutes a fair agreement in which "everyone is impartially situated as equals," to determine principles of social justice. He is one of the major thinkers in the tradition of liberal political philosophy.

 

Alasdair Chalmers MacIntyre (born 1929) is a leading philosopher primarily known for his contribution to moral and political philosophy, but also known for his work in the history of philosophy and theology. He is Senior Research Fellow at the Centre for Contemporary Aristotelian Studies in Ethics and Politics, London Metropolitan University and an Emeritus Professor of Philosophy at the University of Notre Dame.

 

Michael Justice Sandel (born 1953) is an American political philosopher and a professor at Harvard University. He is best known for the Harvard course 'Justice' which is available to view online, and for his critique of Rawls' Theory of Justice in his Liberalism and the Limits of Justice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