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저: 장하준
역: 김희정, 안세민
출판사: 부키
출판일: 2010년 11월
하계휴가가 아직 3일이나 남아 있어 그다지 특별한 일이 없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휴가를 하루 사용했다. 헤어샵에서 머리를 얼마 전 짜를 때, 안면이 있는 헤어 디자이너가 물었다. "크리스마스에 계획있으세요?" ... "아뇨. 그냥 평범한 하루가 될 것 같은데요." ... "저는 그 날도 일해요."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나에게는 누군가와 특별히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씁쓸한 여운을 뒤로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책 한권 읽어 보는 것 같았다. 차를 몰고, 근처 대형마트 1층에 있는 서점으로 향했다. 번잡한 주말이라면 절대로 주차 못할 좋은 자리에 차를 세우고, 한산한 마트 내부를 지나 서점으로 들어가니 단 몇 명만이 책 주위를 지나다녔다. '이것이 남들이 일할 때, 휴가를 얻은 느낌일까?'
전에 있었던 동네서점들은 다 사라지고, 이제는 대형마트 혹은 규모가 좀 큰 서점이나 가야 책을 직접 골라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인터넷의 편리함은 약간의 참을성만 있다면, 오프라인 서점보다는 휠씬 싸게 책을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요일처럼 한가함이 오히려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경우에는 참을성이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었다. 서점은 초라했다. 아마도 마트를 찾는 주부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잡지라든지 아니면 아이들을 위한 책들이 주요한 판매상품이었을 것이다. 읽고 싶은 책을 찾는 것이 참 힘들었다. 베스트셀러들을 모아둔 코너에 가니, 장하준 교수가 쓴 책이 눈에 들어왔다. 2년 전 쯤에 읽었던 '나쁜 사마라이인들'이 떠올랐다.
결국 5년만에 나온 박민규의 소설 'Double'과 (박민규 소설은 요즘 반신반의하는 느낌이지만)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들고서 서점을 나왔다. 어쨌든 박민규의 소설보다는 일단 장하준의 책이 눈에 더 들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사실 이전의 박민규의 '핑퐁'을 읽고서 내 머릿속도 탁구공처럼 이리저리 날라다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제목대로 단순하게 말한다면, 지난 30여년간 세계 경제를 이끈 자유 시장주의자가 말하지 않는 자본주의의 진실을 이야기한 책이다. 물론 단순히 그들이 말한 내용을 비판한 것은 아니고, 그들이 주장한 환상을 비판함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야 될 건전한 자본주의의 방향에 대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시간이 없다면 이 책의 내용을 다 읽을 필요가 없다. 마지막 결론'세계 경제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만 읽어도 저자가 독자에게 하고 싶은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전작인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읽은 바 있는 독자는 더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사다리 걷어차기'를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장하준이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는 논지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완전한 자유시장은 없으며, 경제발전에 국가의 적절한 개입과 발전을 위한 전체적인 공동체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론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보면, 장하준은 지난 30년간 자유 시장주의자들이 대세를 이루면서, 오히려 경제성장의 속도가 느려졌으며 소득 불균형은 심화되고 금융위기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2008년의 금융위기가 다시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이제 실패한 것으로 증명된 자유 시장 경제학의 환상에 벗어나 다시 세계 경제의 구조를 재건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장하준은 8가지 원칙을 이 책에서 제안하고 있다.
첫째, 자유 시장 자본주의가 문제이며, 모든 자본주의가 나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더 잘 규제된 다른 종류의 자본주의를 해야 된다. 그 형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둘째, 합리적 인간에 대한 믿음을 버려야 된다. 세계는 이미 너무 복잡해져 인간의 정보 처리 능력이 부족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해할 수 없이 복잡한 금융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셋째, 물질적 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유일한 목표가 아닌 경제시스템의 건설이 시급하다. 넷째, 기회의 평등만이 아니라 일정한 결과의 평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공정한 사회를 구현해야 될 것이다. 다섯째, 제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지식경제 개념은 이전부터 존재했고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이 서비스에 비해 대단히 향상되었으므로 물건 소비를 덜 한다고 착각할 뿐이다. 여섯째 금융 부분이 실물 경제와 유리 되지 않도록 해야 된다. 즉, 실물과 금융의 속도차를 줄여 장기 투자의 확대, 실질적 경제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 일곱째, 시장에 적절한 계획과 규제를 가할 큰 정부가 필요하다. 한편 정부는 복지를 통한 부의 재분배로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는 개발도상국들이 자국에 적합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정책 공간을 확대해야 된다.
Chang is one of the world's foremost heterodox economists specialising in development economics. Trained at the University of Cambridge, where he currently works as a Reader in the Political Economy of Development, Chang is the author of several influential policy books, including 2002's Kicking Away the Ladder: Development Strategy in Historical Persp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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