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1Q84

soocut28 2025. 4. 23. 15:03

1Q84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역자: 양윤옥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09년 08월

 

생각해보니 올해 여름 이전이었던 것 같다. 일본출장을 가면서 부탁받은 '1Q84'를 긴자의 한 일본서점에서 산 것이 말이다. 그때 일본에서도 온통 오랫만에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고, 1권은 사지도 못했다. 결국은 2권만 달랑 하나 사왔고, 그 이후에 다시 일본출장을 갈 일이 있어, 어렵게 1권을 사왔던 일이 생각났다. 이제까지 어떤 책도 두 번의 출장을 통해서 이렇게 어렵게 산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솔직히 왜 그렇게 일본에서 (그리고 얼마 후에 덩달아 한국에서까지) 무라카미의 책이 인기가 있는 지 의문이 들었다.  (왠지 과열이라는 생각마저 생겼다.)

그런데 다시 1Q84에 대해서 눈을 돌린 것은 출장 때문이었다. 출장 중, 지루한 비행기 탑승시간을 어떻게 지내야 될까 생각하면, 출국수속을 마친 이후에는 언제나 공항서점에 가곤 했다. 게을러진 탓에 미리 책을 사서 가져갈 생각은 못하고, 잠깐 짬을 내서 읽을 만한 책이 없나 두리번 거리곤 한다. 그러면 가끔 최신간의 경제 관련 서적이라든지 혹은 소설들이 가장 눈에 잘 띄일만한 곳에 있곤 했다. 하지만 근래에 출국 전, 급하게 산 공항서점에서의 경제 관련 책들 중에는 '삼성과 소니'와 같은 감탄할 만한 책도 있었지만, 대개는 무척이나 지루하고 진부한 것들이었다.

그런 생각을 이런저런 하고 있을 때,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본 순간, 흥미가 생겼다. 바로 1,2권을 사서 보니, 분량이 꽤 되어 출장길에 다 읽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닐까? 일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라든지, '화요일의 여자'라는 단편집 같은 것들을 읽어본 기억도 어렴풋이 났다.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 좌석에 푹 파묻혀서, 6시간이 조금 넘는 운항시간 동안에 1권은 충분히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한다면, 2권까지 다 읽은 것은 출장을 다녀온 후, 2주가 거의 다 되었을 때였다. 그리고 2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조금은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들었다. 이야기 그 자체는 솔직히 지루했지만, 그렇다고 흥미롭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좀 억지스럽게 연결한다면  혹시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을 혹은 지하철 독가스 테러의 '옴진리교'의 소설판 인가 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그래, 맞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과 '옴진리교'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가 짬뽕된 것이야! 라고 멋대로 생각해버렸다. 물론 여러 가지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이야기할 것이 조금 많이 있다고는 본다.

여러 가지, 그래 무라카미 하루키는 많은 것을 이 소설에 꾸겨넣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고, 저렇게 해석할 수 있는 장치들이 이야기 중에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작가가 의도한 소설의 이야기 축을 바탕으로 생각해본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고 믿는 세계도 전혀 다른 것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아오마메가 밤 하늘에서 2개의 달을 바라보았을 때, 그녀 스스로가 뭔가 뒤틀린 1984년을 1Q84년으로 규정하면서 또 다른 본질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쩌면 2개의 달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진 사람들의 공통의 가치관을 상징하는 지도 모른다. 그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만들이 2개의 달을 볼 수 있고, 따라서 덴고 역시 2개의 달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기준으로, 혹은 세상을 살아가는 기준으로 보여질 수 있으며, 그러한 기준을 우리는 신념이라든지 이념, 종교 등 다양한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인간의 기준이라는 것이 얼마나 변덕스러운 것인지를 작가는 조롱하고 있다. 혁명에서 종교로 그 성격을 바꾼 '선구'를 보면,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 사회적 동물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금 모든 사람이 함께 있다지만, 어쩌면 우리는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진 세상에서 살아가고, 서로 같은 세상에 속해있는 것이 아닐 지도 모른다. 이러한 인간의 존재는 어떤 것일까? 변덕스러운 인간의 존재... 인간이 가지는 기준이란 무엇일까? 그 기준을 우리는 자신이 神의 결과물이라고 믿어야 되는 것인가. 아니면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말했던 것 같이 유전자와 연결된 도구로 인식해야 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에서 말한 위대한 대우주의 한 부분으로 자신을 규정해야 되는 것인가.  인간의 기준이라는 것은 참으로 피상적인 것일 수 밖에 없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불완전함은 변덕스러운 기준으로 더해지고, 그것은 인간 스스로에 대한 외로움을 더해가는 것이 아닐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우리들 스스로는 마음 속에 병을 키우며, 삐뿔어진 욕망과 신경증적인 반응을 가지고 참고 있는 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쩌면 우리의 존재이유에 대한 납득할 무엇인가를 찾아헤매지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그리고 외로움으 더해진다. 스스로 말이다. 아오마메의 그룹섹스, 덴고의 유부녀와의 적당한 섹스, '선구' 리더의 미성년자 성폭행은 읽으면서도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통하지 못하며 외로운 우리들 자회상이 아닐까? 섹스라는 원초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중독된.

다시 읽어보고 생각한다면,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해볼 것 같은 소설. 소설의 내용 자체만으로 본다면 왠지 좀 유치해보이는 이야기. 2권의 마지막을 읽은 후에 느껴지는 애매함 ... 그런데 3권이 나온다고 하네. 어쨌든 다시 사서 읽어야겠지만, 대체 이 책이 출장길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어떻게 선택한 것일까? 그다지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지만.


Haruki Murakami (村上春樹, Murakami Haruki, born Jan 12, 1949) is a Japanese writer and translator. His works of fiction and non-fiction have garnered him critical acclaim, and he is the sixth recipient of the Franz Kafka Prize for his novel Kafka on the Shore. He is considered an important figure in postmodern literature, and The Guardian praised him as one of the "world's greatest living noveli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