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일의 공포
Oil Fear
저: 손지우, 이종헌
출판사: 프리이코노미북스
출판일: 2015년11월2일
석유업계에 일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현재의 유가수준을 보면 내가 처음으로 유가정리를 할 때와 비슷한 수준이 된 것 같다. 그 동안의 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오일피크론과 함께 당연한 일로 생각되었다. 고유가의 시대는 석유시대의 종말과 대체 에너지 개발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이 결코 끝나지는 않을 진보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그렇지만 유가는 어느 순간 하락을 거듭하였고, 아무도 고유가 시대를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바닥이겠지 하는 어렴풋한 예상을 뒤엎고 유가는 계속 내려갔다.
저유가 시대는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가? 이러한 저유가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일까? 믿기지 않는 저유가 상황이 이제는 굳어진 현실이 되어가는 지금 진실은 무엇인가? 이 책은 그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2015년 11월, 즉 작년 말에 출간된 책이며, 현안을 다룬 이 책은 그만큼 독자에게 주는 유효기간도 짧다. 하지만 단기적인 미시적 요인을 다루지 않으므로 오히려 오늘날 우리 문명의 근간이라는 석유시대를 이해하는 기초적인 이해의 틀은 그 유효기간과 관계없이 제공할 수 있다.
유가의 향방. 사실 이것은 쉽게 말하자면 홀짝의 게임. 즉 상승과 하락의 50% 확률이 있다. 그렇지만 왜 우리는 종종 그런 쉬운 게임도 잘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저자는 우리가 막연하게 석유시장을 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석유시장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석유가 펜실베니아 주(州)에서 드레이크가 처음으로 채굴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처음부터 미국의 산업이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석유와 같이 역사적 배경이 중요한 산업도 없을 것이다. 이는 아직도 그 역사적 배경이 현실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때문이다. 저자들은 단언한다. 석유시장은 여타의 제품과 같이 수급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지 않는다. 석유는 '큰손'이 움직인다고. 이러한 큰 손은 전통적으로 석유시장을 좌지우지했던 메이저 회사 (Seven Sisters)와 국영석유회사(NOC)으로 구성된 세력 (New Seven Sisters)로 대별할 수 있다. 특히 새롭게 등장한 후자는 자원민족주의를 기반으로 전자에 대항하여 설립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하게도 기존 메이저에 비해서 막대한 매장량과 생산량을 가진 후자는 고유가 시대에 큰 수혜를 받았다. 지속적인 고유가 시대가 예상되었으므로 개도국의 후자는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였고 이는 투자과잉으로 나타났다. 2014년 하반기에 발생한 유가급락은 이러한 시대적 투자과잉에 배경을 두고 있다. 이전과 같이 큰 손은 석유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누군가가 쓰러질 때까지 저유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편, 이 책에서는 석유에서 가스로 이행되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셰일가스의 개발과 생산량 증가는 미국경제의 물가 및 실업률을 둘 다 낮췄다. 미국의 경제회복의 배경에는 이러한 셰일가스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세계에 준 충격은 다름아닌 에너지 과잉공급이다. 이와 같이 탈석유화 현상을 가중시키는 셰일가스로 인하여 유가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요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송부분에서도 전기차가 인기를 끌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 같다. 제3차 산업혁명은 '전기차 + 가스'를 기반으로 할 것이다.
석유 수요는 일반적으로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과거 데이터를 통해서 밝혀졌으므로 저유가가 유가 상승을 극적으로 부추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과 사우디의 공조체제도 앞으로 저유가를 기조로 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저유가 시대가 향후에 지속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 이러한 시대에 과연 한국의 경제는 문제가 없는지 물을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일단 국내 제조업 중, 석유와 큰 관련이 있는 정제, 석유화학, 조선, 해양설비, 철강, 건설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3차 산업은 수혜를 볼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의 산업이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Specialty가 있는 회사로 거듭나야 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단순히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만으로는 이제 생존이 어렵다. 각 회사마다 자신들의 특별한 기술과 특성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저유가 속에서 순항하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한동안 저유가 시대가 지속된다는 가정 하에서 근본적인 대책과 방향을 설정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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