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분노해야 하는가
저: 장하성
출판사: 헤이북스
출판일: 2015년12월5일
장하성 교수가 쓴 '한국 자본주의'를 읽으며 많이 공감했던 것이 얼마 되지 않은 듯 한데, 2부에 해당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한국 자본주의'를 읽고서, 장하성 교수는 적극적인 정치적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강조했다. 그리고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의 축소, 외국인에 대한 차별, 신자유주의 경제의 폐해, 금권정치, 훼손된 언론의 자유를 비판하며, 사람들에게 '분노하라'고 외쳤던 90대의 늙은 레지스탕스 출신 스테판 에셀의 책이 기억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정치에 대한 냉소와 외면은 계속되고 있다.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는 한국사회를 보면서, 장하성 교수가 얼마나 절박한 심정으로 이 책을 썼을 지 알 것만 같았다. 현재와 같은 정치적 냉소가 계속된다면, 우리는 오늘날 잘못된 이 구조를 교정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나락으로 떨어져 버릴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재가 미래에는 한국의 최전성기라며 쓴웃음을 지을 수도 있다.
장하성 교수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불평등은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되고 자본의 축적이 오랜 기간 진행된 서구와 다르다고 설명한다. 즉, 한국의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재산소득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임금소득에 기대어 살아간다. 따라서 피케티와 같은 해외의 이론으로는 한국의 불평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임금소득의 불평등은 고용의 불평등에서 초래된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정부에 의한 계획경제 하에서 한국은 고도성장 했다. 폴 그루그먼은 한국의 신화를 '요소투입형 경제성장'이라고 말한다. 즉, 자본과 노동이 급속하게 투입되면서 고도성장이 이루어진 것이다. 장하성 교수가 제시한 다양한 자료에 의하면, 외환위기 이전까지 경제성장의 과실이 임금소득에 반영되어 중산층이 등장하는 등, 분배가 비교적 잘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IMF를 기점으로 모든 것이 변했다.
경제성장 저하와 분배 구조 악화의 이중고로 소득감소의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비정규직이 등장하면서 고용의 질이 악화되었다. 재벌 산하의 대기업은 하청업체를 쥐어짜며 순이익을 독차지했고, 이에 따라 초대기업과 하청기업의 임금차이는 급속하게 벌어졌다. 경제성장의 과실은 이제 대기업이 차지하게 되었으며 이것은 사상 최대의 사내유보금으로 설명될 수 있다. 장하성 교수는 기업이 원천적 분배를 담당하는 도관체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의 몫을 차지하는 이러한 상황을 비정상적인 것으로 단정한다.
이제 한국은 OECD 가입국 중에서 임시직 근로자의 숫자가 4번째로 많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월 100만원도 되지 않는 임금을 받고 있다. 노동자 회전율 (Worker Turnover), 즉 노동 이동성은 63.7%에 달해 전체 일자리의 1/3이 매년 새로운 구직자에 의해서 채워진다. 정부와 우파가 이야기하는 한국의 경직된 노동유연성은 대기업 근로자에게는 해당될지 모르나, 이미 한국은 고용불안을 초래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암울한 상황에서도 장하성 교수는 한국이 서구의 선진국과 달리 자본이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므로 이를 교정할 기회가 아직 있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의지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오늘날 기성세대가 이러한 변화의 주인공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기존의 산업화 시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하성 교수는 이제 미래를 책임질 청년세대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그는 말한다. "자기계발은 사기다. 긍정의 행복을 버려라. 나만은 된다는 것은 허구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아라. 그러나 비판적으로 받아들여라." "청년세대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의 '아픔'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세상의 탓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장하성 교수는 청춘들에게 근거 없는 희망이 아니라 논리적 절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 힘을 합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그러한 힘들이 정치적 힘으로 전환될 때 우리의 미래는 밝을 수 있을 것 같다.
"청년세대여. 자신을 탓하지 마라.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틀에 순응하지 말고 거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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