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거대한 역사를 품은 작은 행복의 나라
저: 최창근
출판사: 리수
출판일: 2013년 12월2일
대만, 이 작은 섬나라는 출장으로 3번인가 가본 것이 전부였다. 잠깐의 체류기간 동안 나는 대만의 매력을 충분히 느꼈다고 생각했다. 타오위안 국제공항을 내려 타이베이 중심부로 향하는 택시에서 바라본 대만의 낯선 풍경은 경제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했다. 시멘트 벽이 그대로 드러난 빌딩은 낡았고, 거리의 모습은 대륙의 시골도시보다도 못했다. 처음 들어선 호텔에서는 나에게 일본어로 무엇인가를 물어보았다.
저녁, 출장을 함께 간 후배와 대만인이 하는 일본 식당에 들어갔다. 일본에서 친근하게 먹었던 음식이다. 일본어를 좀 할 수 있는 주인은 한국에 대해서 몇 마디 물어보고 나는 대만맥주를 몇 병 시켜서 마시기 시작했다. 오래된 에어컨의 소음이 희미하게 들리고, 문득 여기가 일본의 어느 변두리 식당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친근했고, 대륙의 분주하고 시끄러운 분위기보다 차분해서 좋았다.
대만의 중소기업 자제라고 할까? 그들과 함께 시거 바에 갔다. 후배가 일본에서 어학 연수할 때 같이 공부했던 대만인과 함께 한 자리. 유명하지는 않지만, 탄탄한 대만 중소기업 오너의 자제들이다. 다들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 위스키에 시거를 물어 든다. 101 타워 주변의 재즈빠에서 나이트 클럽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신다. 즐겁게 몸을 흔들어대는 사람들 속에서 나만 혼자 유리된 존재 같다. 그저 편안한 자리에서 싱글 몰트 한잔하며 이야기하고 싶은데.
대만의 명동이라는 시먼띵 거리를 걸으며, 일본의 수많은 프랜차이즈 점이 즐비하다. 간간히 한국 식당도 눈에 보이지만 많지는 않다. 오히려 한국 화장품 가게의 위세가 대단하다. 밤 거리에 노숙하는 소녀들은 한국의 아이돌 그룹 공연을 기다린다고 한다. 야시장은 대만에 오면 한번은 가봐야 될 곳. 택시를 타고 찾아갔다. 한국 음악도 들리고, 한류 상품도 판다. 이곳은 그랬다. 어떻게든 어떤 방식이든 우리는 기억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대만을 잊어버렸다.
내가 기억하는 대만. 그곳은 그랬다. 그런 느낌이었다. 조금 끈적하고 조금 상쾌했다고 할까. 시간이 지나니, 대륙의 소도시보다 못한 풍경이 맘에 들기 시작했다. 대만이라는 나라의 오늘날 위치가 복잡한 역사적 결과라는 것을. 오늘날 대만인 자신들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얼마 전 한국 걸그룹에서 일하는 대만인 소녀가 청천백일기를 흔달다가 거센 대륙의 반발을 샀다는 것을. 그래서 대만인 스스로가 스스로를 대만인이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것에 얼마나 공분했는가를 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우리는 오랜 친구를 헌신짝처럼 버렸다. 그 속상함의 깊이가 얼마나 깊겠는가. 사려 깊지 못함을 반성하자. 우리는 대만을 잊었지만, 그들은 우리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 멀지 않은 곳에 이웃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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