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폼페이: 최후의 날
저 : 로베르 에티엔
역 : 주명철
출판사 : 시공사
발행일 : 1995년 08월01일
폼페이를 간 것이 어느 7월인가 매우 더운 날이었던 것은 기억이 난다. 우연히 학교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특가의 유럽체험여행을 추진하는 것을 알게 되어서 졸업을 앞둔 4학년이었지만 신청을 하고 따라 나갔던 때였다. 대학에서 취업 안되기로 유명한 사학과 전공을 했고 졸업을 앞두었지만 취직이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때였다. 이 여행을 함께 했던 교직원 선생님을 후일 한번 만났을 때도 들었던 말이 이것이었다. ‘어디든 취직은 돼. 네가 만족하느냐 그것이 문제겠지.’
힘든 시기였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기성세대의 일원이 된 지금 앞만 보고 달리는 것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니 요즘 젊은 친구들의 고민이라든지 어려운 상황은 솔직히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니 누구처럼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말도 못한다. 그냥 견디어 내라, 아니면 잘나면 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말 그대로 땡볕의 한 여름, 야구 모자 하나 쓰고 폼페이의 폐허를 걸어 다녔다. 원래 자외선 차단제 같은 건 바르지도 않으니 새까맣게 탄 내 모습은 시골에서 올라온 촌부와 같아 보였다. 긴 여정에 몸이 지쳐서 이탈리아 도시마다 본 두오모와 광장은 처음에는 감동을 주었지만 매번 보는 같아 보이는 모습은 지겹기만 했다. 하지만 폼페이의 폐허는 전혀 달랐다고나 할까? 갑각류가 허물을 벗어 던진 것처럼 이 오래된 도시는 과거를 그대로 남기고 한 순간에 사라졌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 전 로마시대에 대한 상세하고 다양한 자료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당시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재난이었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들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문득 우리의 역사도 풍성하였을 것이다. 아마도 많은 것들은 재가 되어 사라지고 많은 것들은 아직 우리가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 오래된 길거리의 담벼락을 어루만지며 나는 그런 생각에 빠져들었다. 한편으로는 우리 삶도 갑작스러운 끝을 맺을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인지 잘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모두 지금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 어쩌면 삶의 흔적을 생각지도 못하게 남길 지도 모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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