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붓끝으로 시대를 울다

soocut28 2025. 9. 23. 16:44

붓끝으로 시대를 울다

: 골곡진 정사의 행간을 채우는 시와 노래들

저: 김성언

출판사: 프로네시스 | 발행일: 2008년 12월05일

 

시는 내 건조한 삶에도 영향을 주었고,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이 책을 읽으며 역사 속의 시를 통해서 과거를 투영한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옛사람들은 당시의 시를 통해서 어떤 감정을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 김성언은 ‘문학은 사물을 곧이곧대로 비추는 거울이 아니다. 거기에는 시대의 현상을 거스르는 일탈이 있다.’고 말한다. 시야말로 작가의 주관이 강하게 들어간 법이고 그 속에 포함된 고도의 상징과 비유를 찾아가는 여정은 우리를 흥미롭게 만들 것 같다.

저자는 고대가요인 ‘구지가’를 중국의 유사한 작품과 비교하면서 이 노래에서 나오는 왕은 ‘한반도 북방에서 내려온 한문화의 교양을 지닌 정복자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고대국가가 성립되고 체계를 갖추면서 구성원의 단결과 지배자에 대한 충성을 위해서 상징을 통한 조작이 이루어지는데 노래는 그 중에서 매우 효과적인 수단의 하나였다. 신라의 ‘동경곡’도 그러한 일환으로 만들어진 성격이 아닐까? 무신정권에 붙었지만 고려시대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는 이규보. 

고려 말기는 새로운 가치체계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기였고, 마침내 조선이 개국했다. 옛 왕조의 쓸쓸한 모습은 많은 시인이 회고시를 썼다. 옛 궁궐인 함원전을 회상하며 쓴 추강 남효온과 이색의 시는 인생의 희로애락의 덧없음이 느껴진다. 조선왕조 창업의 당위성과 전통성을 노래한 ‘용비어천가’는 일종의 찬가이지만 창업보다 수성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왕에게 구체적인 교훈과 충고를 담고 있다.

조선시대 시는 관각체와 산림체로 대별했는데 전자가 관료들이 국가번성과 왕을 찬양했다면, 후자는 자연의 몰아일체를 노래했다. 산림삼걸인 송익필, 김시습, 남효온을 뜻했는데, 남효온은 단종의 어머니인 소릉의 추복을 주장하다가 재야로 잠적하였던 불운한 인생을 보냈다. 박상이 활동한 시대는 훈구파와 사림파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대로 후자에 속했던 그는 기묘사화 후 외직을 전전하다가 죽었다. 저자는 ‘박상이 말하기를…… 어진 정치를 이룩하고 백성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일, 군주는 자애를 베풀고 신하는 충성을 다하는 일, 시는 이런 것들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썼다. 사대부에게 시는 이러한 의미였을까.

임진왜란의 참화에서 회복하지 못한 시대, 경상남도의 외직으로 임명된 이안눌의 시는 전쟁 후 비참한 상황과 당시 괴로운 외직의 고달픔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서울은 뭔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엇인 많았던 탓일까. 조선 후기에는 한편 사대부가 아닌 중인, 서얼과 같은 비주류 문학인 위항문학이 활발한 활동을 했다. 조선 후기 삼정의 문란과 부정부패로 인해 나라의 운명은 갈수록 기울었지만 이러한 문학 속에서 사회개혁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고대로부터 조선후기로 넘어오는 긴 세월은 작가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많은 시를 보여주며 써 내려가고 있다.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 다닐 때 한창 ‘唐詩’를 좋아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백거이의 시를 가장 좋아했다. 중국 역사에서 당나라가 가진 그 독특한 매력에 나도 매료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백과 두보와 같은 대표적인 시인의 글도 아름답지만 언제나 기억나는 시는 그의 것이었다. 친구들에게 술을 마시자고 할 때, 시를 쪽지에 적어 보내면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그 시로 마무리를 대신하고 싶다.

 

화로 불을 헤치고

술을 따끈히 데워 놓았네.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은 이 밤

와서

한잔 안하려는가.

 

綠螘新醅酒 紅泥小火爐 晩來天欲雪 能飮一杯無. <問劉十九〉白居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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