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구 (蒙求)
저 : 이한
역 : 유동환
출판사 : 홍익출판사
발행일 : 2005년 04월18일
전공으로 역사학을 공부하기는 했지만, 중국 고전에 관심을 가지고 읽었던 친구가 없었다면 아마도 멀게만 느껴졌던 그 책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마음이 들 정도로 고전에 대한 나의 이해는 떨어졌었다. 그러나 그러한 작은 영향으로 제자백가의 책 중에서 '한비자'와 '순자'와 같은 책은 내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논어', '맹자', '대학', '중용'에도 나름 빠져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흘러가고, 책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졌다. 오랫동안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동양 고전을 읽어보자는 다짐을 가지게 되었다.
내 수준이라는 것이 워낙 높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학'과 함께 어린 사람을 깨우치기 위한 훈몽서인 '蒙求'를 선택해서 읽게 만들었다. '蒙求'라는 제목의 뜻이 '어리석은 어린 사람이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한다.'라고 하는데 본서는 당제국 헌종 시대에 사마창장군을 지낸 李瀚이 지은 책으로 원래는 집안의 어린 사람에게 교육시키기 위해서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4자로 이루어진 문구를 통해서 쉽게 내용을 외우도록 했는데, 이러한 함축적 표현 뒤에는 그 내용을 설명하는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이런 '蒙求'가 송나라 시대 徐子光이라는 사람이 원래의 李瀚의 주석에 각 이야기의 출처를 밝히고 보충한 주석을 달게 됨으로써 그 가치가 높아졌다.
역자가 지적한 대로 '蒙求'는 한제국 멸망 후 남북조의 어지러운 난세 이후 불교의 영향을 한층 받게 된 시대에 씌여진 책이기 때문에 유교 일변도의 내용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다. 여러 가지 출처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가져와 서술함으로써 무척이나 흥미롭고 생동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각종 역사서, 유교를 비롯한 각종 제자백가의 저술 등 다양한 곳에서 유래했다. '蒙求'가 주희가 지은 성리학적 교육서인 '小學'과 대별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자신에게 황금 열 근을 주려한 왕밀과 양진의 이야기,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자를 위해서 죽는다(士爲知己者死)"는 이야기를 전하는 사기 자객열전에 나오는 예양의 복수, 채찍을 등에 지고 가서 용서를 빈 조나라 장수 염파, 신당을 불태운 하겸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여기서 수많은 이야기를 다 소개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한번쯤은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낯익은 인물들이 당신을 기다릴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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