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평전
저: 김삼웅
출판사: 시대의창
출판일: 2009년 07월
6월6일 현충일 휴일에 집에 혼자 조용히 앉아서 한번에 끝까지 읽은 책이 김상웅의 '장준하 평전'이다. 여름의 기운이 가득한 집 안 공기는 따듯하게 데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굳이 냉방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 산뜻함이 느껴졌다. 베란다 너머에는 산이 나무로 빽빽하게 덮여 있는 것이 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4계절을 지내며 조금 차분한 마음을 가지고 저 너머를 관망하고 있자면, 당신은 아마도 정적인 산의 동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겨울의 황량함이 어느덧 푸른 숲을 이룬 것처럼. 온갖 모순으로 헐벗은 산 마냥 휑했던 우리 사회의 아픔이 지금 다 치유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생각해보건대 지금의 자유가 있었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아픔을 치뤄야 했던가.
장준하는 그래서 기억해야 되는 사람이다. 고집스럽고 타협을 불허했던 사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 사람. 그의 평전을 읽으니, 새삼스럽게 잊어버리고 있던 시대가 생각난다.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그 때를 다만 기록으로만 마주하는 나같은 세대에게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그 때. 타자에 의해 근대화는 우리의 모습을 얼마나 크게 왜곡시켰는가. 스스로 개화할 힘을 잃은 우리의 비참함을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식민지 청년의 서글픔을 어떻게 쉽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장준하의 심정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짐작할 수는 있겠지. 가족을 위해서 일본군에 자원입대했지만, 그는 결심한 대로 부대를 탈영하여 중경에 있는 임시정부까지 고난의 길을 갔다. 임정의 분열상에 적지 않게 실망했지만, 독립군으로 그는 자신의 사명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시대의 모순은 너무나 극명하게 나타났다. 이승만이 미군정의 대대적인 환영 속에 귀국했지만
임정 요인들은 초라하게 개인자격으로 귀국할 수 밖에 없었다. 임정의 정통성은 미군정에게 부정되었고, 정국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김구의 비서로 일하던 장준하는 이범석의 민족청년단에 참가하지만, 이에 곧 실망하고 사퇴하게 된다. 그 이후 장준하는 정부기관에서 기관지 성격의 '사상'을 발행했다가, 이후 정부 관련 일을 그만두면서 그는 '사상계'를 어렵사리 발행하게 된다. 이후 '사상계'는 단순한 잡지가 아니라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정론지가 되어 간다. 4.19 혁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가 '사상계'였었다. 장준하는 '사상계'의 발행인으로 이승만 정권에 칼 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장준하는 이 '사상계'를 통하여 함석헌 선생을 발견하게 된다.
4.19 혁명 이후, 장준하는 민주당 정권의 국토건설단에서 9개월간 일하게 된다. 하지만, 5.16 군사정변이 일어나게 되는데, 장준하는 처음에는 군사정변을 지지했으나 이후 박정희가 민간에 정권을 이양하지 않자 이를 철회한다. 박정희는 '사상계'를 다양하게 압박했는데, 세무조사를 벌이기도 하고, 함석헌의 글로 인한 필화사건로 탑압했다. 따라서 '사상계'의 발행도 쉽지 않게 되었고, 부완혁에게 이를 넘기게 된다. 이후 장준하는 정치에 뜻을 두고 국회위원에 당선되기도 했지만, 그에게 정치가 맞는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신정권에 대해서 욱 치열하게 맞선 장준하였고, 재야의 대통령이라고까지 불리웠지만, 결국 그는 1975년 등산 중 실족사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장준하의 죽음에 대한 수많은 의혹이 아직까지 계속 되고 있다.
장준하는 독립군으로 활동했으며, '사상계'를 통하여 이승만, 박정희 정권에 칼 선 비판을 서슴치 않는 시대정신을 대표하는 정론지를 발행했다. 하지만 친일 행적이 있는 육당 최남선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친일파인 김동인을 기려 동인문학상을 제정하는 등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5.16 군사정변을 후일 철회하기는 했지만 지지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후 그는 모순에 가득찬 이 사회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문득 노엄 촘스키가 아인슈타인과 러셀을 비교했던 것이 생각난다. 즉,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던 러셀을 누구보다도 존경했던 노엄 촘스키. 우리가 장준하에게서 단점을 발견하면서도 그를 존경하는 것은 그러한 이유때문일 것이다. 러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Thee passions, simple but overwhelmingly strong, have governed my life: the longing for love, the search for knowledge and unbearable pity for the suffering of mankind."
《사상계》는 1953년 4월에 장준하가 문교부 기관지인 《사상》을 인수해 창간한 월간 종합교양지이다.창간호 3,000부가 발간과 동시에 매진되는 등 식자층으로부터 폭넓은 인기를 끌었고, 남북통일 문제 및 노동자 문제 등 당시로써는 공산주의자로 몰리기 쉬운 논쟁에서부터 시, 소설 등의 문학작품까지 폭넓은 분야의 글을 실었다.하지만 주필 장준하가 5·16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탈취한 박정희의 부패, 친일, 언론탄압 의혹을 비판하면서 경영난에 시달렸고, 장준하가 국회의원이 되면서 부완혁에게 주필직을 이양하면서 재기를 노렸으나 끝내 1970년 5월의 205호를 마지막으로 발간이 중단되었다.2005년 장준하의 장남 장호권이 복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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