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쿠바식으로 산다 : 밑바닥에서 본 아바나의 이웃공동체

soocut28 2025. 5. 9. 19:02

쿠바식으로 산다 : 밑바닥에서 본 아바나의 이웃공동체  
Inside El Barrio : A Bottom-Up View of Neighborhood Life in Castro's Cuba  (2009)

저: 헨리 루이스 테일러

역: 정진상

출판사: 삼천리 
출판일: 2010년 05월

201번째 책으로 소개하게 된 '쿠바식으로 산다'를 선택한 계기에는 이전에 봤었던 다큐멘터리가 계기가 되었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이라는 타이틀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내가 가지는 남미의 복잡한 이미지들은 부패, 미국의 안마당, 탱고, 체 게바라, 페론, 삼바, 빅토르 하라 등과 같은 것들이 마구 섞여 있다. 무엇인가 정리되지 않고, 제대로 해석되지 않는... 어쩌면 요즘의 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닮아 있는 그래서 생각해보면, 저속한 욕망과 이성이 존재하는 모순 덩어리가 아닌가. 쿠바는 '체 게바라'를 통해서 읽혀진 나라였고, 마치 생기없이 느리게 흘러가는 미국의 골치거리 같은 것으로 보였다. 마침 운좋게도 '쿠바식으로 산다'라는 책을 발견하고 읽게 되어, 관심이 생기지 않았던 쿠바에 대해서 더욱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쿠바는 1868년에서 1898년까지 스페인에 맞서, 10년 전쟁(1868 ~ 1878), 작은 전쟁 (1879 ~1880), 독립전쟁 (1895 ~ 1898)을 치렀다. 1898년 전쟁이 끝났지만, 국토와 경제는 폐허가 되었다. 미국은 먼로 독트린의 틀에서 쿠바정책을 추진했다. 미국의 쿠바 개입은 진정한 쿠바의 혁명을 훼손했다. 텔러 수정안을 통해서 합병과 재식민화 가능성에 대한 쿠바인의 의심을 가라 앉혔지만, 미군정 기간 동안에 쿠바는 스페인 식민지에서 미국의 종속국으로 변질되었다. 미국의 투자에 적합한 안정적 정부를 구성하고, 독립주의 즉, 민중계급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약화시켜야 했다. 따라서 미군정관인 우드는 '유복한 계급'을 지원하는 것이 이것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민중계급의 열망을 꺽기위한 방법으로는 '제한선거권'정책도 추진했으며, 결과적으로 민중계급은 정치적으로 무력해졌다. 쿠바의 독립전쟁의 와중에서 보여준 특색은 기타 제국과는 다른 양상을 띄었는데, 그것이 인종차별의 간극이 적어 아프리카계 쿠바인들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존중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인종의 관계없이 민중계급의 틀안에서 함께 움직여가는 방향성을 가졌다.
미국이 쿠바 엘리트들을 단순한 정치적 대리인으로 한 것은 아니였고, 쿠바 정부와 미국 제계의 동맹을 바탕으로 한 통치 체제에 쿠바 엘리트들을 끌어들이고자 했다. 쿠바의 '유복한 계급'이 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정기간 동안 쿠바엘리트들과 미국기업의 이익 사이에 강고한 연결고리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국은 쿠바사회에서 헤게모니를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이 그대로 계속 될 수 있었을까? 역사가 아서 슐레진저는 바티스타 정권 시기에 아바나를 방문한 경험을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아바나에 매혹되었다. 하지만 사랑스런 그 도시가 마이애미에서 황금 주말을 즐기러 온 미국 사업가들을 위한 커다란 카지노와 창녀촌으로 타락해 가는 것을 보고 섬뜩했다. 내 동료는 비틀거리며 걷다가 거리에서 열네 살짜리 쿠바 소녀를 낚았으며, 동전을 던지면 사람들이 시궁창에서 서로 쟁탈전을 벌였다. 이런 생생한 모습을 보고서는 쿠바인들이 미국에 대해 어떻게 증오감을 가지지 않을까 의심스러웠다."
"이번 혁명은 현실이다!" 1959년 1월 카스트로가 산티아고데쿠바에 입성하여 이렇게 선언했다. 혁명으로 쿠바 사회에는 새로운 논리가 스며 들었고 이제 민중계급의 이익이 국가발전의 중심이 되었다.이제 쿠바는 엘리트 중심의 사회에서 민중계급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변모해갔다.
쿠바의 이웃공동체는 단순히 일상생활과 문화가 펼쳐지는 중립적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정부와 이웃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비롯하여 사람들, 물리적 환경, 사회조직, 제도적 인프라 사이에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촉매장소이다. 이웃공동체가 의식적 사고나 행동과 무관하게 그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이웃공동체는 의도적인 정책의 산물이다. 혁명군이 추진한 주택 전략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한 곳에서 오래 사는 매우 안정된 이웃공동체를 창조했다. 장기간에 걸쳐 같은 주택과 이웃공동체에 살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안정성은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강한 애착심을 가지게 하고 이러한 높은 안정성은 쿠바의 이웃공동체가 진화하고 사회적 자본이 축척되는 배경을 이루었다. 한편으로 이웃공동체를 물리적 환경으로 하는 보건의료 시스템, 무상교육. 재난 대비 시스템 등은 쿠바 사회의 안정성과 발전을 이끌어 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 기저에는 이웃공동체가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1989년 소련의 갑작스런 붕괴는 쿠바 경제에 파멸적인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특별시기에 역사상 처음으로 쿠바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나라가 되었다. 이제 쿠바는 스페인 식민지도, 미국의 종속국도, 소련의 준위성국가도 아니었다. 여러 문제와 시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고 자신의 독립된 정치적, 경제적 모델을 발전시키는 것은 이제 자유였다. 특별시기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시기였다. 이제 쿠바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통치와 사회경제적 발전에서 민중 중심적 접근을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새로운 자본주의적 요소들을 쿠바경제에 통합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쿠바는 이런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서 3중 전략을 추구했다. 이웃공동체의 사회적 기능을 발전시키고 복지 정책을 유지하는 과제를 계속하여 강조했다. 민중지향적 정부정책들과 함께 안정적이고 고도로 조직된 이웃공동체가 있었기 때문에 평범한 쿠바인들은 경제위기로 인한 최악의 영향을 막을 수 있었다. 이제 쿠바가 당면한 과제는 민중 중심적 사회를 유지하면서, 자본주의적 정책에 따른 소비주의의 여파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다. 이제 이데올로기적 편견을 버리고, 쿠바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또한 거기서 대안적 세계화의 단초를 우리는 발견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지도 모를 일이다.



Henry Louis Taylor, Jr.
Professor
Director, Center for Urban Studies
Ph.D. (Urban History), University at Buffalo
Research and Teaching Areas
Urban management; neighborhood planning and regional development; race, class, and gender issues in planning; community development; American urban history; African-American 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