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세계의 다리를 읽다

soocut28 2025. 11. 8. 07:05

세계의 다리를 읽다 

악마의 다리부터 퐁네프까지 다리에 얽힌 별난 이야기

저: 나카노 교코 

역: 김진희

출판사: 어젠다 

출판일: 2014년 12월15일

 

생각을 해보아도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자연스러운 선택은 생각하지 않고 깨끗하게 포기하면 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사람이라는 동물은 미련을 버릴 수 없는 것인지 마음 속에서 깨끗하게 지울 수는 없는 것 같다. 나는 그런 미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최근에 공들여서 추진한 일이 잘 되지 않다 보니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 책을 읽는 이유를 묻는 분들이 가끔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대답했다. 다른 취미를 가질만한 시간 여유도 없고, 무엇보다도 무식해지고 싶지 않다는 웃긴 이유도 있다고. 하지만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고 싶어서라고. 나카노 교코의 '세계의 다리를 읽다'를 읽기 시작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쓸데없는 시간을 없애기 위한 방법이라고.

홋카이도 신문 석간에 2년 반 동안 연재된 글을 모은 것으로 30편의 짧은 글을 모은 것이다. 테마는 다리를 중심으로 그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분량도 짧고, 중간중간 읽어도 상관없는 글이다. 나카노 교코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썼다. '다리는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 기지(旣知)의 장소와 미지의 장소를 연결해준다. 다리를 건너는 것은 무척 스릴 넘치는 행위였을 것이다.'라고.

그가 말한 대로 다리는 우리와 타자를 연결하는 통로이다. 따라서 다리에서 흥미로운 많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중에 레마겐 철교는 독일군에게는 연합군으로부터 본토를 지키기 위한 보루였고, 미군에게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반드시 건너야 할 곳이었다. 아르노 강의 폰테 베키오 다리 위의 상점건물은 오늘날 우리의 관점에서는 매우 낯설지만 중세유럽에서는 매우 흔한 모습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니 이야기와 장사의 장소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아시아 파견 독일군 포로가 일본에서 세운 나루토의 독일다리와 같이 우정을 상징하는 곳도 있고, 최초의 석조다리로 유명한 퐁테프 다리도 인상 깊다. 파리를 상징했던 이 웅장한 다리는 그러나 그 상징성을 당시 파리의 흉물로 질타 받던 에펠탑에 빼앗겼다. 시대를 지나면서 사람의 마음도 취향도 변한다. 생각하면 영원한 상징성을 가진 것은 없는 법이다.

가뿐한 마음으로 읽기에 충분한 책이다. 훗날 이 책에서 소개된 다리를 건널 기회가 된다면, 그때 나카노 교코가 쓴 이야기를 한번쯤 생각해볼 수도 있을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