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곤의 연대기 : 풍요로운 세계가 만든 가난한 나라들
저: 박선미, 김희순
출판사: 갈라파고스
출판일: 2015년 3월25일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 실패를 말하고 있다. 인간의 탐욕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가 영원한 진보를 지속하리라는 믿음은 이러한 시스템의 한계를 실제로 맞이하면서, 이제 더 이상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왔다. 지구자원의 물리적 한계와 더불어 100억을 바라보는 인구는 이러한 믿음에 불을 지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기술적 진보가 이를 해결할 것이라는 긍정론도 대두하게 했다.
제레미 리프킨은 최신작인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이러한 자본주의의 한계와 실패를 인정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공유경제의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했지만, 그 역시도 자본주의와 공유경제라는 양축이 미래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시장의 실패에 사람들의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점점 심화되고 있는 전세계적이고 지역적인 양극화, 즉 부의 편중이 우리 인류의 협력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모순은 오늘날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에 전지구적인 노력 자체를 좌절시킨다.
이 책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나는 장하준을 통해서 여러 책을 읽었고 세계적 불평등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의 지적 미숙함은 이러한 문제들의 연원이 너무나 오래 되었고 그 뿌리가 깊다는 점까지는 생각을 미치게 하지는 못했다. 단순히 우리가 자본주의의 탐욕에만 눈을 돌린 나머지 정말로 이해하고 노력해야 될 핵심에 대해서는 간과하게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저자들이 취한 통사적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오늘날 부자 국가와 가난한 국가의 차이가 생긴 것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하고 착취하기 시작한 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 말했던 듯이, 유럽은 새로운 신천지, 또 하나의 지구를 발견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약탈적 제국주의가 영미(英美) 주도의 불공정한 교역구조로 세련화되면서, 오늘날 세계의 심각한 불평등은 구조적으로 고착화 되었다.
2차 대전 후에 시작된 냉전은 서구 부국들의 공산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빈국에 대한 일정한 원조와 지원이 있었다. 시대적 분위기는 경제활황에 따른 복지국가와 케인즈식 경제체제가 주도했던 것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산진영이 무너지면서, 이러한 원조는 대폭 줄었다. 민영화를 통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가 도입되면서, 빈국에도 이러한 처방이 만병통치약처럼 IMF와 세계은행에 의해서 내려졌다. 물론 결과는 파국적이었다.
저자들은 빈국에 대한 부국의 경제원조의 필요성에 대해서 서구사회에서 인도적인 견지에서 논의가 이루어지지만, 지금의 심각한 불평등이 불공정한 무역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이를 착취하는 서구의 원죄에 기인하므로, 이는 인도적이기보다는 의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한편, 공정무역을 대해서도 우리가 이러한 불공정한 구조를 인지하지만, 공정무역 자체가 상품화되면서 이러한 원죄의식은 간단하게 면죄부를 받게 되는 점도 비판한다.
이 책에서 언급한 수많은 사례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충분히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지구를 만드는 일이다.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은 이 책 후반에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선택하고 읽었을 때 결코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책 내용이 너무나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꼭 일독하시길 권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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