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
EBS <인문학 특강> 최준석 교수의 노자 강의
저: 최준석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15년 3월12일
대학 다닐 때, 정식 강의는 아니었지만 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도덕경 원본을 강독하는 수업이 있었다. 아마도 노자를 공부하는 분이 사람들을 모으고 교실을 빌려서 진행했던 것 같다. 1주일 2시간씩 도덕경을 해석하면서 여기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았다. 진도는 더뎠고 지루했다. 불과 몇 페이지 뒤적이다가 강의는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노자에 대한 내 이미지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때 중국고전 공부해보겠다고 논어, 맹자, 한비자, 순자 따위를 읽었는데 거기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그렇게 잊혀져 간 노자. 최진석의 ‘노자’는 말 그대로 명쾌했다. ‘도덕경’을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낡은 이미지의 노자가 내게 매우 새롭게 다가왔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노자에 주목하고 있다. 왜 일까? 그것은 노자가 현대사회 패러다임에 적합한 사상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다양한 문제들을 겪고 있고, 이 모순들은 금방이라도 사회를 폭발시킬 듯한 기세이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획일적인 교육의 영향이 아닐까? 우리는 올바르게 사고할 수 있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보다 유연한 사고전환이 단순히 수많은 정보를 기계적으로 숙달한 것보다 더 중요하다. 사회에서 실제로 필요한 것은 이러한 것이 아닐까?
공자의 유학은 인간의 ‘선’을 근본으로 하는 가치체계를 정립했다. 이러한 절대적 기준이 결국 획일적으로 가시적으로 혹은 비가시적으로 적용되면서 결국 배제와 억압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개념을 중심으로 한 가치론에 대해서 노자는 유와 무로 표현될 수 있는 관계에 집중한다. 최진석 교수가 말하는 ‘유무상생’의 관계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 즉, 절대화된 개념으로 세상을 관조하는 것에서 실체간의 관계에 주목하는 것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오늘날 현대사회는 한가지 절대적인 가치체계로 구성될 수 없는 다양한 세계이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수많은 목소리를 들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셀 수 없이 복잡한 거대한 관계망이 있을 뿐이다. 따라서 한가지 가치관으로 고정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보다, 노자의 가르침을 기억한다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명쾌했다. 노자에 대한 해석이 새로웠다. 가치론을 중심으로 역사가 진행되었던 것은 결국 효율성과 억압적 지배구조를 공고화의 방안이 아니었는가 생각해봤다. 노자가 인간 개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인간을 신뢰했던 것에 비해서, 과연 우리는 스스로를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 생각해봤다. 인간은 너무나 많은 욕망을 가졌다.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몰락은 그러한 생생한 증거가 될 것 같다.
나는 인간을 신뢰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최준석 교수의 ‘노자’는 명쾌했지만, 우리가 그러한 이상을 따라 살기에는 너무나 부족하게 보일 뿐이다. 하지만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적용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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