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조정래의 시선

soocut28 2025. 9. 30. 11:30

조정래의 시선  

저 : 조정래 

출판사 : 해냄출판사

발행일 : 2014년 12월15일

 

무료한 몇 시간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아서 주변을 어슬렁 돌아다니다가 동네서점을 하나 발견하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근래에는 찾아보기 힘든 동네서점이 있는 까닭은 학원가 한가운데 참고서를 주로 팔기 때문에 그나마 영업이 되었을 탓이었던 것 같다. 몇 권 되지 않는 책을 뒤적이다가 조정래 선생의 ‘시선’을 발견했다.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고, 표지에 있던 물음을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보았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주시해야 하는가.”

조정래 선생은 이미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얼마 전에 출간한 ‘정글만리’는 베스트셀러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을 들으면 기억나는 것은 20여 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서 쓴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다. 글쓰기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는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끊고 말 그대로 먹고 자는 것 빼고는 오로지 글만 썼다. 그것도 원고지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손수 써가면서 말이다.

이 책은 근래의  선생의 강연, 칼럼, 인터뷰 등을 모은 것으로 대담형식으로 써진 글도 있고 짧은 글도 있다. 이러한 글을 통해서 우리는 선생의 문학론과 인생관의 일면을 잘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죽을 힘을 다하여 쓴 대하소설은 분단이라는 고통스러운 상황, 그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이 땅의 작가가 가져야 될 천착의 소명을 그대로 온 몸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작가는 ‘시대의 산소이며 등불이고 나침반’이라고 말한다.

우리 근현대사의 골곡은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라는 대하소설의 주인공 (그것이 민족이든 민중이든)을 통해서 구현되었다. 땅이라는 그 기원적 토대를 통한 갈등은 이제 시대가 변함에 따라 노동의 문제로 변화되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발전은 중국과 깊게 연관되고 있다. 작가로써 그가 보고자 한 것은 단순한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은 아니다. 그를 근원적으로 뜨겁게 했던 것은 민족이었다.

이미 용도 폐기된 상상의 공동체로 민족을 부르기도 하고, 국가주의로 민족을 대체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민족은 여전히 강대국과 약소국의 정글 같은 세상에서 약자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그 민족에게 중국은 또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되고 있다. 그가 천착한 문제는 이렇듯 우리를 둘러싼 부조리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뇌가 아닐까?  

70세가 넘은 이 늙은 작가는 무라카리 하루키를 추종하는 오늘날의 국내 문단과 우리 사회에 내재한 문제들 (비정규직 등)에 대해 끊임없는 비판을 가한다. 자신의 스승인 미당 서정주의 친일행각과 군사정권 옹호를 용인할 수 없었던 젊은 날 못지 않다. 이렇게 보니, 타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자신의 내면에 침잠된 우리 세대가 그렇게 슬퍼 보일 수가 없었다.


Jo Jung-Rae (趙廷來) is a novelist from South Korea, who is the author of the best selling novels Taebaek Mountain Range, Arirang, and Han Ri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