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일본인의 전쟁관

soocut28 2025. 7. 8. 07:20

일본인의 전쟁관  

저 : 요시다유타카 

역 : 하종문, 이애숙 

출판사 : 역사비평사 

발행일 : 2004년 08월15일

 

번역본이 출간된 것이 10년 전, 다시 이 책의 원작자가 글을 쓴 것은 1995년이니 책의 담론은 무려 20년 전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이 책을 읽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일까? 아니 정확하게는 쓸데없는 짓이 아닌가 라는 작은 탄식을 질렀다. 하지만 역자인 하종문, 이애숙이 옮긴이의 말에서 인용한 하기의 본서 내용은 그러한 걱정을 단순한 기우로 만들었다.

 

“나카소네 내각 이후 정책전화의 큰 흐름은 이미 역전시킬 수 없는 만큼, 거기에는 대일비판에 대한 감정적 반발이 편협하고 공격적인 내셔널리즘으로 전화될 가능성도 항상 내포되어 있다고 하겠다.”

 

역사와 관련된 인식문제는 그 근원이 깊기 때문에 단순히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어떤 커다란 담론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성적인 목소리가 들린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찬찬히 인식의 바다 아래로 침잠된다. 따라서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인식을 공유하는 작업이 항상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사회구조에서 엘리트가 실질적으로도 일반의 사유방식까지 일정부분 결정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일본이 패전국에서 경제대국을 이룩한 이후, 당연하게 정치대국을 추구했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하지만 2차대전의 진실된 반성이 없었기 때문에 일본의 정치대국화는 항상 과거에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일본 보수층은 패전은 제국주의 대 제국주의 전쟁인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미국에 진 것으로 그 범위를 축소한다. 이러한 논리아래에서 전쟁에서의 아시아에 끼친 피해라든지 하는 문제들은 희미해진다. 하지만 이에나가 사부로가 지적한 대로 일본의 대 아시아 침략이 서구와의 전쟁의 원인이었으므로 결코 분리할 수 없는 것이다. 그 ‘15년 전쟁’을 일본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미국의 대일정책은 ‘비군사화’와 ‘민주화’였으나 2차 대전 후 본격화된 냉전으로 인해서 일본은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파트너로 재정의되었다. 일본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육군을 중심으로 한 세력을 내부고발하고 천황의 소추를 회피하고자 했다. 맥아더는 점령통치에 있어서 적극적인 협력자였던 천황을 개인적으로 지지했고, 또한 일본이 미국 단독점령이었으므로 천황의 퇴위 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쟁책임을 둘러싼 국민의식은 지도자 책임관에 입각하여 국민이 속았다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형성되었다. 이는 전후 민주주의 가치를 쉽게 수용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 자신의 전쟁협력과 전쟁책임 문제를 불문에 부치게 하였다. 또한 도쿄 전범재판에서는 막대한 피해를 입은 아시아 각국의 목소리는 나오지 못했다. 냉전의 심화는 미국의 대일정책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도쿄 전범재판도 전후처리의 성격이 점차 희석되어 일본이 지불할 전후 배상금도 면제되었다.

이런 시기에 전쟁책임에 대한 이중잣대가 성립된다. 일본 내에서는 전쟁책임 문제를 사실상 부정하거나 불문에 부치지만, 대외적으로는 도쿄재판의 결과를 최소한 수용하고 미국의 동맹자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일본의 침략전쟁의 대상인 아시아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특히 한일협정이 체결되고 전쟁배상금이 지급되기는 했어도 일본에서는 진보 측에서조차 식민지배의 책임문제가 충분히 자각되지 않았다. 도쿄재판은 결국 기준이 되어 이 이상의 비판이 없다면 일본도 적극적으로 이를 부정하지 않는 일종의 균형에 도달했다.

전후 시대를 달리하며, 대동아전쟁 긍정론, 해군사관, 궁중그룹사관 등의 다양한 변용을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일본의 기묘한 이중잣대는 변화가 없었다. 오늘날까지 일본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따라서 일본의 교과서 문제도 계속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이 진정한 소통을 원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이중잣대를 버리고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인식전환을 요구해야 된다. 일본은 이러한 충분한 저력을 가진 나라라고 믿고 싶다.

 

요시다 요타카 (1954 ~ ) 히토츠바시 대학 사회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