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짜장면뎐: 시대를 풍미한 검은 중독의 문화사

soocut28 2025. 7. 7. 09:30

짜장면뎐: 시대를 풍미한 검은 중독의 문화사

: 양세욱

출판사: 프로네시스 

발행일: 2009년 02월27

 

과음을 하고 난 후, 숙취해소를 위한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콩나물 국밥이라든지 라면 혹은 피자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속을 달랜다. 하지만 짜장면도 좋은 숙취해소의 방법이 될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게는 기름을 듬뿍 넣어 볶은 달달한 춘장을 가득 담은 짜장면은 과음 후 속을 달래주고 편안하게 한다. 생각해보면 짜장면에 대한 이미지랄까? 그런 특별한 향수와 맛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짜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할 때 아마도 2가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짜장면으로 대표되는 한중간의 교류 역사이고 한편으로는 공산화 이후 사실상 교류가 끊어진 이래 한국인의 입맛으로 바뀐 짜장면으로 이야기되는 한국식 중국음식의 모습이다. 한중수교가 이루어진 이후에 양국간 교역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이제는 화교도 구화교와 신화교로 나누어지고 음식문화도 토착화된 중국집과 거대한 중국대륙의 다양한 음식을 파는 고급요리점으로 양분되고 있다.

중국 산동지방의 가정식인 작장면에서 유래했다. 춘장과 각종 재료를 따로 내었다가 면 위에 부어 먹는데 일종의 비빔국수와 같다. 한국에 이 작장면이 유래된 것은 대한제국말 청상이 인천 등지에서 조계지를 형성하면서 같이 유입된 노동자를 위한 간편식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1907년 짜장면을 만들었다고 이야기되는 공화춘에 대해서는 그 진위의 논란이 있어, 실제로 정확하게 누가 짜장면을 처음으로 만들었는 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짜장면은 외식산업의 중추가 되었는데 이는 한국정부가 화교억제책을 펴면서 화교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이 요식업이었다는 점과 미정부의 식량원조로 인해서 밀가루 공급이 늘어나 중국음식점은 호황기를 누렸다. 외식을 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던 시절에 짜장면은 정부의 집중적인 물가 관리 대상이었다. 이후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는 동안 짜장면을 대표로 하는 중국음식은 저자가 말한 대로 간단하게 빨리 먹을 수 있는 산업역군의 전투식량이 되었다. 또한 중국과의 교류 단절과 함께 춘장을 공급하는 화교계 영인식품이 캐러멜 소스를 넣은 춘장을 만들면서 짜장면의 맛도 달라졌다.

1990년대 다양한 외식문화가 들어오면서, 중국음식점의 독점적인 외식문화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또한 한중수교로 인해서 중국 현지의 맛을 살린 중국음식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중국음식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짜장면은 우리의 입맛을 충족시켜며 그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식 중국음식에 대해서 중국학을 하거나 잘 아는 분들은 중국인과 같이 식사하기 부끄럽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본국을 떠난 음식은 당연히 현지의 입맛에 맞춰 나름대로의 진화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퓨전화를 통해서 토착화되며 우리의 감성에 맞붙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짜장면이 중국에서 유래한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작장면이 아닌 짜장면은 이미 우리의 역사와 감성과 결합되었으니 우리의 것이라고 느끼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따라서, 근래 전통적인 중국의 음식을 만든다고 표방하는 중국요리점과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으며 더군다나 토착의 중국집을 하위의 범주로 느낄 이유도 없다.

이 책이 짜장면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1/3은 저자 자신의 중국유학의 경험과 중국음식에 대한 설명, 1/3는 짜장면, 1/3은 한국식 중국집 및 근래의 새로운 중국요리점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그래서 짜장면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었던 사람에게는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짜장면을 대표로 한중간의 다양한 측면을 보고자 했던 것으로 이해한다면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양세욱 (1972 ~ ) 인제대 중국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