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암살로 읽는 한국사

soocut28 2025. 5. 13. 16:14

암살로 읽는 한국사
우거왕부터 김구까지 한국 역사를 뒤흔든 죽음들
저 : 정명섭, 박지선

출판사 : 청아출판사
발행일 : 2011년 03월09일

 

일요일 오전부터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오랫만에 구립 도서관 열람실에 갔다. 책장에는 수많은 책이 가득 했고 책을 읽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나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3권의 책을 들고서 그 한 가운데에 앉았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무엇인가 가벼운 내용의 책을 읽는 것 만큼 기분을 바꾸는 것도 많지 않다. 만약 그것이 역사책이라면 더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암살로 읽는 한국사'는 우리가 흔히 서점에서 접할 수 있는 책을 떠올린다. 숱하게 접할 수 있는 자극적인 키워드를 통해서 일정한 프레임을 만들고 거기에 맞춰서 역사를 제단하는 책. 사람의 감정은 자기 스스로도 제대로 모를 정도로 복잡함을 띄고 있는데, 역사를 그렇게 간편하게 편집해서 바라보는 것도 꼭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흥미 위주의 교양서라고 해도,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면 부정적인 것으로 볼 필요는 없으니까. 어쩌면 스펙타클한 역사의 도가니는 우리의 상상을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문득 우리가 중국의 '삼국지'와 같은 이야기가 없고, 차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일종의 서글픔도 느껴진다.

멀리 위만 조선의 마지막 우거왕으로부터 가깝게는 김구 선생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의 폭은 넓으며 흥미롭다. 실성 마립간을 통해서 우리는 4세기 동북아 국제정세를 읽을 수 있다. 고구려, 신라, 백제, 왜의 급박한 실타래는 중국의 어떤 역사적 사실보다도 더 재미가 느껴진다. 백제 동성왕을 통해 백제와 왜의 관계를 읽을 수 있으며, 영류왕을 통해 고구려 통치 체제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철을 통해서는 몽고에 유린된 고려의 암울한 현실과 이를 타파하려고 노력했던 공민왕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흔한 드라마 소재가 되는 세조와 김종서의 이야기, 조선 개화기의 김옥균 그리고 해방기 여운형과 김구의 모습은 시대를 달리 살았지만,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중요한 점이 아닐까.

우리에게도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다. 문득 그러한 이야기들이 좀 더 우리 곁에서 가깝게 숨 쉴 수 있도록 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