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철학
The Philosopher at the End of the Universe(2003)
저: 마크 롤랜드
역: 조동섭
출판사: 미디어2.0 (media2.0)
출판일: 2005년 05월
어제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셨다. 오랫만에 마신 잭 다니엘에게 내 영혼을 다 팔아 버린 듯, 당시 온통 주변은 밤하늘의 별빛들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기억이 흐미해지고,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 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두통은 전혀 없었지만, 시니컬한 느낌 (아마도 허무함에 기인한 것 같은)과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 잡고 있었을 뿐이다. 다만 말했듯이 밤하늘을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별빛이 생각났고 지금 읽고 있는 낯선 텍스트를 가득 담은 책에 관심이 갔다. 일본 무사를 차용한 차가운 다스 베이더의 모습이 차갑게 표지를 장식한 낯선 텍스트로 차있는 책. 어쩌면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복잡한 철학적 논쟁을 읽어볼 수 있고, 나아가 SF 영화에서는 더 흥미로운 철학적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서문에서 마크 롤랜드는 'sci-phi', 즉 Science Fiction과 Philosophy를 합성하여 사이언스 픽션을 매개로 철학적 논쟁을 다루는 장르를 제시한다. 즉, SF 영화를 통해서 철학적 주제를 성찰하는 것이다. 본서에서 많은 고전 SF 영화가 제시되고 여러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가장 관심이 가는 영화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토탈리콜'이었다. SF 영화라는 장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상상력이 표현된 영화,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SF 영화로 주저하지 않고 추천하는 영화다. 토탈리콜은 많은 물음을 주었었다. 나 자신이 나라고 여기는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아니 정확하게는 정체성이라는 개념이 인간에게 적용가능할 것인가. 무엇이 인간을 규정하는가.
영혼, 육체, 뇌(brain theroy)로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토탈리콜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기억이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 기준일까. 이전에 나는 인간 정체성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것은 '기억'이라고 굳게 믿었다. 육체가 있고, 뇌가 있다고 하지만, 만약 내가 나 자신이라고 인식할 수 없도록 기억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우리가 우리일 수 있는가. 심리적 연속성 이론 혹은 기억이론을 나는 지지했던 것이다. 하지만, 분열 혹은 복제의 문제에 이르러서는 기억이론에도 큰 약점이 생기게 된다. 복제된 인간에게 주입된 기억은 가짜일까 진짜일까. 기본적으로 그 차이는 인과관계에서 유래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복제된 나와 원래의 나는 서로 전부 나일까. 만약 자신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정체성의 개념은 사용할 수 없다. 자아는 어떤 객체라기 보다는 물결 혹은 프로세스와 같은 특성을 가진다. 즉 매우 닮은 나의 연속일 뿐이다.
개인 정체성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많은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어려운 철학 이야기를 (여전히 어렵지만) SF 영화를 통해서 소개하고 있는 이 책. 차분한 마음으로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Glossary
뇌이론 (Brain Theory) 개인의 정체성이 뇌에 의해 결정된다는 견해,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뇌이고 같은 뇌를 가지고 있으면 같은 사람이다.
영혼이론 (Soul Theory) 육신 안에 존재하는 비물질적인 마음이나 영혼으로 그 사람의 정체성을 규명하려는 이론, 사람의 핵심은 영혼이고, 따라서 어디 있던 간에 같은 영혼을 가지고 있다면 같은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이원론.
이원론 (Dualism) 정신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며, 인간은 이러한 비물질적인 정신과 물질적인 육체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론.
인식론 (Epistemology)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지식과 그 가치에 대한 연구. 지식을 뜻하는 그리스어 'episteme'와 논리를 뜻하는 'logos'의 합성어.
결과론 (Consequentialism) 행동의 옳고 그름은 오로지, 무조건, 그 '결과'에 의해 결정된다는 견해. 행동 동기나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
결정론 (Determinism) 존재하거나 모든 일엔 원인이 있으므로 인간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견해 원인은 그 결과를 피할 수 없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 선택, 결정은 자유롭지 못하다.
경험론 (Empiricism) 지식은 경험에서 나온다는 견해. 선험적 지식도 있지만, 경험론은 경험적 지식만을 인정한다.
관념론 (Idealism) 실재는 궁극적으로 정신적인 것이며,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관념의 집합체라는 견해.
기억이론 (Memory Theory) 사람의 정체성은 그가 가지고 있는 기억과 그 밖의 여러 심리상태에 의해 규정된다는 이론.
도구적 가치 (Instrumental Value) 뭔가를 얻는데 도움이 되어야만 가치가 있는 것에 대해 '도구적 가치'가 있다고 한다.
본질적 가치 (Intrinsie Value) 사물이 갖고 있는 독립적 가치. 쾌락주의자들은 쾌락은 다른 것을 얻으려는 목적을 갖고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쾌락만을 추구하므로 본질적 가치가 있다고 했다.
부조리 (Absurdity) 인간의 존재와 실존주의 철학에서 가장 논쟁적이며 중요한 문제. 부조리는 우리가 자신에 대해서 갖는 두 가지 관점, 즉 내부에서 보는 관점과 외부에서 보는 관점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생기는데 이 충돌이 심층적인 철학적 담론들을 끌어낸다.
비결정론 (Indeterminism) 우리가 행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 가운데 '원인'이 없는 것도 있는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유의지가 존재한다는 이론. 원인이 없는 것 자체가 자유롭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이론의 결정적 한계는 자유의지를 '자발성'과 혼동한데 있다.
사회계약 (Social Contract) 도덕성의 범위를 사회계약에 입각해 설명하려는 이론. 여기서 사회계약이란 이성적인 개인들이 서로의 행동을 규제하기 위해 맺은 가설상의 계약이다.
실존주의 (Existentialism) 인간의 본질을 결정하는 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은 완전히 자유로운 입장에서 스스로 인간의 존재방식을 선택하게끔 운명지어져 있다는 게 기본전제다. 사실 우리 맘대로 태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만이 유일하게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이 자유를 부인하는 것은 확실성이 없는 것이며 불성실한 것이다. 실존주의자들의 이상한 점은 누구도 자신이 실존주의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천명령 (Practical Imperative) 정언명령을 칸트가 다시 공식화한 것. '너 자신의 인격에서나 다른 사람의 인격에서 인간을 목적으로 대하라.' 이 말은 '다른 사람들을 친절히 대하고 배려해주라'는 간단한 말을 칸트식으로 한 것이다.
양립불가론 (Incompatibilism) 자유와 인과관계는 양립될 수 없다는 견해. 이에 따르면 행동, 선택, 결정은 자유롤 수 없다.
양립론 (Compatibilism) 자유와 인과관계는 양립한다는 견해. 행위의 자유는 자신의 욕구나 욕망에 따라 자기 뜻대로 행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예정설 (Predestination) 지금 일어난 일이 무엇이든 간에 미래에 일어날 일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설. 사람들이 곧잘 '결정론'과 혼동하나 둘은 엄연히 다르다.
유물론 (Materialism) 실재는 궁극적으로 또 본질적으로 물리적, 물질적이라는 견해. 정신과 육체의 문제에서 물질주의는 정신까지 물리적 존재로 본다.
윤리학 (Ethics) 옳고 그름을 다루는 철학의 한 분야. 플라톤이 형상이론에서 실체를 선과 연결시킨 이래, 철학자들은 윤리학을 철학의 독점분야로 여겨왔다. 선과 실체가 하나이며 동일한 것이라면 실체에 대한 연구는 동 선에 대한 연구가 된다.
의무론 (Deontological) 행동의 옳고 그름이 그 행위의 동기와 의도, 또는 격률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면서 그 도덕이론은 의무론적이다.
이기주의 (Egoism) 그게 뭐가 됐든 흥미를 유발시키는 해위를 해야 한다는 견해.
정언명령 (Categorical Imperative) 도덕성에 대한 칸트의 기본 규칙. '네 의지의 준칙이 항상 주관적인 동시에 보편적인 법칙 수립이라는 원리로서 타당하도록 행위하라.' 그러니까 도덕성이 보편성을 가져야 된다는 이야기. 도덕적으로 선한 행위는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네가 대접받기 원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존재론 (Ontology) 존재 또는 실재의 본질에 대한 학문.
지향성 (Intentionality) 어떠한 정신적 상태의 대하여성, 다른 대상에 대하여 사과와 믿음과 욕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쾌락주의 (Hedonism) 쾌락이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인간의 선이라는 견해.
행위 인과론 (Agent Causatoin Theory) 인간의 자유에 대한 철학적 견해. 인과론에 따르면 인간의 행위는 행위자가 행위를 했을 때만이 자유롭다.
형이상학 (Metaphysics) 실재의 본질을 다루는 철학의 계파.
회의론 (sceptieism) 특정 연구 분야에서는 지식획득이 가능하지 않다는 이론. 예를 들어 외부 세계에 대한 회의론은 이 세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또는 이 세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세계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는 이론. 도덕적 가치에 대한 회의론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준수한다.
Mark Rowlands(born 1962, in Newport, Wales) is a British writer and Professor of Philosophy at the University of Mi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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