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의 베스트셀러
조선 후기 세책업의 발달과 소설의 유행
저: 이민희
출판사: 프로네시스
출판일: 2007년 10월30일
서점에서 ‘조선의 베스트셀러’를 보았을 때, 내 머리 속에서 기억나는 것은 조선시대의 책은 학술서라는 상투적인 이미지 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제를 읽어보니 금새 흥미가 생겼다. ‘소설의 유행’이라. 오늘날로 이야기하자면, 조선시대의 성리학자는 ‘원리주의자’에 가까운 이미지다. 그들이 지배하는 조선이라는 사회에서 소설은 학문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그 수준을 낮추는 저열한 것으로 치부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세책업이라는 전문 서적유통구조와 그 대상이 되었던 소설이 매우 흥미로웠던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세책이란 간단히 말해 전문 필사자가 필사한 책을 돈을 받고 빌려 주는 상업적인 도서 유통 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책쾌라고 불리는 전문 서적상이 책을 팔러 수요자에게 직접 찾아가는 영업을 하다가 이들은 이러한 경험을 배경으로 직접 책을 필사하거나 필사하게 하여 세책업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전문적인 서적 유통구조가 정착된 것은 조선의 상품경제발전이라는 측면과 주요 독자였던 여성의 사회적 제약을 들 수 있다. 특히 여성에게 소설은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던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세책본으로 유통된 소설은 주로 중국의 연의류 소설이나 국내에서 창작된 영웅소설이었다. 오늘날 확인되는 세책장부를 보면 처음에는 사대부 여성을 중심으로 시작된 독자층은 이후 실로 다양한 계층까지 전파된다. 즉, 고위층부터 일반 서민 및 상인계층까지 확대된 것이다. 저자는 ‘세책본 고소설은 상업경제가 발달한 가운데 한글 독해가 가능하고 소설이란 장르에 열광하기 시작한 독자층이 형성되면서 나타난 사회적, 시대적 결과물이다.’라고 썼다. 또한 ‘세책업은 결국 국문소설의 인기와 번성을 의미함과 동시에 독자의 확대를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조선의 세책업은 서울에서만 존재했던 것으로 도시문화의 산물이라고 보았다. 반면에 유럽과 일본에서는 지방에도 세책업이 존재했었다. 저자는 이러한 원인으로 중앙집권적인 조선의 지배구조와 서울과 지방의 경제적, 문화적 격차가 서적유통 및 독서생활에도 적지 않은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세책업은 쇠락하게 된다. 그 이유로 저자는 세책본 고소설이 더 이상 독자의 취향과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고 서울 인구의 현격한 감소를 들었다. 이제 근대소설과 신문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세책업은 태평양 전쟁이 시작될 무렵에는 이 땅에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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