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은 위대하지 않다
저 : 크리스토퍼 히친스
역 : 김승욱
출판사 : 알마
발행일 : 2011년 12월26일
의지를 가진 신이 존재한다면, 과연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이 엄청난 비극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말할 수 있는 가장 격렬한 언어로 비난하고 슬퍼하지만, 나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저 우울한 심정이었다. 신의 이름을 불러보면서 나는 기대하지 않았던 기적이 일어나길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인간의 이성을 넘어서는 기적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신이라는 존재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공의 창작물에 불과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우리가 내면으로부터 그 존재를 확신할 때, 신은 구체화될 뿐이다. 신의 존재를 느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우리가 믿고 싶었던 것을 믿을 수 있다고 제멋대로 생각했을 뿐이다. 현실은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 신은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낸 헛된 그림자에 불과할 뿐 실체는 아니다.
역사상 신의 존재는 인간의 두려움으로 시작되어, 지배구조를 확고히 하려는 사회 엘리트와 사제와의 결탁에 의해서 유래 없는 암흑기를 선사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서 이제 비로서 우주를 이해하고 자신을 알기 시작했다. 인간의 상상을 휠씬 뛰어넘는 거대한 우주의 작은 단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인간이 만든 허구의 신에게서 받는 위선의 기쁨을 휠씬 초월하는 안식을 얻는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에도 종교라는 이름으로 거행되는 수많은 폭력을 끊임없이 마주해야만 한다. 가장 개명한 국가라고 생각하는 미국에서조차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은 진화론을 대신하여 창조론을 교육과정에 넣기 위해서 노력한다. 중동의 이슬람 원리주의자는 사후의 천국을 보장하며 자살테러를 사주한다. 인간이 만든 신은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우리가 추구할 것은 사후의 행복은 아닐 것이다. 건강한 삶은 현재의 삶을 긍정하며 최선을 다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고대인이 만든 허구의 신을 찬양하며 인생을 허비하기에는 우리의 삶은 너무나 짧고 유한하다. 우리는 칼 세이건이 말한 대로 이 무한한 공간과 시간의 한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을 믿어보고 싶은 이 절박한 순간, 나는 어김없이 신이 우리를 배신할 것이라는 잔인한 생각이 들어 서글픔을 감출 수가 없다.
Christopher Eric Hitchens (13 April 1949 – 15 December 2011) was a British-American author, polemicist, debater, and journ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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