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 팻 :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
저 : 돈 쿨릭, 앤 메넬리
역 : 김명희
출판사 : 소동
발행일 : 2011년 06월10일
건강과 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뉴스 사이트에 접속을 하면 어김없이 다이어트 혹은 성형수술 관련 광고가 온통 도배를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기사 30대 중반인 나 자신조차도 음식의 칼로리가 얼마인지를 계산해보기도 하고, 어설픈 상식에 기초해서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한다. 한편으로는 술자리에 가기라도 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늘어나는 뱃살과 몸무게 걱정이 마음을 무척이나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내 어린 시절에 비만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를 포함한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문득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생긴 나의 의문에 대해서 이 책은 명확한 답을 보여줄까.
FAT라는 공통단어를 통해서 각 작가는 여러 문화, 지역, 인종에 투영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FAT이라는 단어는 여러 의미를 내포하여 각 글에서 상징하는 바는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그 기저에 깔린 본질의 문제는 언제나 동일해보인다. 니제르에서 4년을 보낸 레베카 포페노 (Rebecca Popenoe)는 이상적 몸매가 역사적으로 비교문화적으로 인간 사회에 계속 반복해서 나타나는 인간이 관여하는 중요한 문화적 노동이며, 이상적 몸매에 도달하고 노력하는 것은 삶을 의미있게 하고, 한 사회가 규정한 미의 즐거움을 현실세상에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니제르 제종족의 뚱뚱한 이상적 몸매나 서구의 마른 몸매의 기준은 사회적 구조의 영향을 받아 투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는 마른 몸매를 척박한 사회는 뚱뚱한 몸매를 선호했으니 말이다.
앤 메넬리 (Anne Meneley)는 기술적으로 엑스트라버진이라는 용어는 산도가 1페센트 미만인 기름에 붙이며, 이렇나 등급은 이제 과학적으로 확립되었다. 그러나 생산자와 소비자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이야기할 때는 과학보다는 은유적인 힘의 영향이 휠씬 크다고 말한다. 인터뷰한 대부분의 생산자들은 공장에서 생산된 기름이 섹시함과는 정반대편에 위치하지만 올리브유는 섹시하고 처녀처럼 순수한 기름으로 말한다. 토스카나의 올리브유 생산자들은 순수와 위험이라는 주제를 언급하며 순수, 오염의 종교적이고 성적인 은유와 감시, 은폐라는 은유를 사용하며 진성성 확립에 관심을 표한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세련됨과 달콤한 인생 (la dolce vita)을 맛보게 해주는 일급요리에 필요한 재료가 된 것이다.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이야기 중 하나였던 것은 메리 와이즈멘텔 (Mary Weismantel)의 안데스 인디오의 지방을 탐하는 피스타코 (pishtaco)에 관한 괴담이었다. 하얀 몸을 한 무서운 살인마 피스타코는 순진한 인디언을 칼로 위협해서 동굴로 끌고 간 뒤 거꾸로 매달아 살을 베고 지방을 뽑아낸다. 저자는 이를 두고, 지구의 가난한 주변국가에서 상품을 착취하는 과정을 인종차별에 기인한 폭력행위로 사실적으로 묘사한다고 했다. 무자비하게 약탈을 일삼는 이 자본가의 얼굴과 몸은 흰색이며, 희생자의 피부는 흰색이 아니다. 파스타코 괴담에 따르면 인종은 변경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우리의 결심에 따라 고칠 수 있는 나쁜 버릇 같은 것이다. 이 이야기는 갱니이 자유의지로 행하는 소비와 교환행위를 통해 억압적인 인종관계가 매일 구성된다고 역설한다.
돈 클릭 (Dong kulick)의 똥보 포르노를 주제로 하는데, 여기에 나오는 배우들은 대개 300파운드 혹은 500파운드까지 나간다. 그러나 특이한 점은 뚱보 포르노에서는 여배우가 성교를 하지 않는다. 배우는 섹스를 하는 대신에 음식을 먹는다. 즉, 포르노 연기란 남근이나 다른 물체를 여자의 음부에 삽입하는 것이 아니라 뚱뚱한 여자의 입속에 기름진 음식이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것을 관능적으로 느끼는 사람은 사육자 (feeders)와 피사육자 (feedees)로 나눌 수 있다. 사육자는 다른 사람이 살찌는 것을 격려하고 도와주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며, 피사육자는 사육자의 도움으로 살찌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똥보 포르노가 일관되게 백인적 특징을 나타내기 때문에 인종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이다. 유색인종 혹은 흑인여성에게 있어서 뚱뚱한 백인 여성에 대한 비난을 이들은 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로 백인을 다루는 이유는 유색 인종의 뚱뚱함을 백인의 그것만큼 부정하거나 억압하지 않아서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루었던 내용의 일부를 간략하게 요약해보았는데, 레나 젬조에 (Lena Gemzoe)의 '천상의 몸'이라든가 십대 소녀들을 다룬 파니 엠보손 (Fanny Ambjornsson)의 '살에 관한 담화'도 흥미롭다. 모든 글을 다 정리할 수는 없었지만, FAT을 따라서 많은 작가가 이야기하는 다채로운 이야기는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FAT의 다양성을 통해 문화, 사회, 인종적으로 투영된 이미지를 해석하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는 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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