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soocut28 2025. 5. 13. 15:04

중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중국 최고지도부를 움직이는 지식엘리트들  
저 : 마크 레너드

역 : 장영희

감수 : 백영서 
출판사 : 돌베개

발행일 : 2011년 04월25일

중국의 급속한 발전과 그로 인한 영향력 증대의 모습을 여러 책에서 요란스럽게 서술하고 있음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화의 명함에 대해서 맣은 이야기를 했던 것에 비해서, 짧은 시간 동안 중국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마크 레너드의 이 책은 중국의 지식 엘리트들의 모습을 통해서 중국이 추구하는 세계관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우리가 중국 지식 엘리트에 대해서 대부분 무지하고 관심이 없다는 사실은 중국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피상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이라도 마크 레너드가 언급했던 학자의 책이 번역되어 많이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 

(1) 경제정책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미국의 자본과 군사력이 만들어낸 세계화라는 질서에 순응하도록 강요받았다. 그러나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은 중국의 여러 사상가들을 해방시켰다고 할 수 있다. 마크 레너드는 이 책에서 중국 자신이 고안해 낸 '성벽으로 나뉘는 세계 (walled world)'라는 사상으로 '평평한 세계' (flat world)로 대변되는 미국식 세계화에 어떻게 도전하는가를 보여주고자 했다. 물론 그가 인용한 학자들은 제도권 내 즉 중국 공산당 산하의 체제 내에서 움직인다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지식인 사이의 논댕은 이미 정치 과정의 일부가 되었으며 정책 결정자의 선택 범위를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경제적 충격요법을 도입한 러시아나 라틴아메리카와는 다르게 이중가격제와 같은 실용주의와 점진주의가 결합한 형태의 경제개혁을 도입했다. 1980년대의 개혁은 경제학의 영역을 넘어서 사회 변화의 영역까지 확대되었고 이를 문화열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천안문 사태 이후 개혁파 지식인은 양대 진영으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장웨이징과 같은 사상가가 이끄는 신우파로 자유시장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은 반면 정치적 권위주의와는 타협을 선택했다. 또 하나는 왕후이와 같은 학자가 이끄는 신좌파로 시장의 자유를 희생하더라도 평등과 정치적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왕후이는 1989년에 대해서 지식인과 학생에게 주목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사회 경제적 요구를 내세우며 천안문 광장에 있었던 노동자 단체에 초점을 맞춘다. 진압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만이 아니라 불평등 문제에 대한 공론화도 불식시켰다. 즉 왕후이는 천안문 진압을 마오쩌둥주의의 재확인이라고 보는 일반적인 견해와는 반대로 불평등에 대한 노동자의 반발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권위주의로 본다. 왕후이는 중국 신좌파의 리더 중 한 사람으로 신좌파는 구좌파와 달리 시장개혁을 지지하며 좌파로 분류되는 원인은 신우파와 달리 불평등 문제를 깊이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강 자본주의'라는 수입된 사상에 도전해, 본토에서 형성된 사상으로 이를 대체하고자 한다. 
신좌파의 입장에서 중국의 개혁을 방해하는 거의 모든 문제는 중앙 정부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부의 힘이 강해질 수록, 더 높은 가계 지출을 촉진하고 유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내수 촉진책을 주장한다. 한편 국민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 국내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또한 국유기업의 막대한 이윤을 부유한 엘리트가 아니라 국민 다수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서 베이징의 정치 지도자가 요즘 주로 다루는 것은 민영화의 가속화가 아니라 경기 과열의 진정과 부의 재분배, 균형발전의 도모이다. 신우파인 장웨이잉과 그의 동료는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가 포퓰리즘에 굴북했다고 우려한다. 이제 중국의 고민은 시장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길들이느냐다. 이제 성장의 결과물을 잘 분배하고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는 '황화 자본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2) 민주주의 

정치개혁에 대한 논쟁은 신좌파와 신우파를 대립시키는데, 신우파는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는 있지만 정부의 규모를 줄이고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제한하며 법치를 촉진하는데 더 중점을 둔다. 좌파는 정부가 기득권과 부의 재분배에서 충분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거 제도를 더 지지한다. 
중국 내에서는 전국 단위의 선거 민주주의는 시위의 증가, 빈부 격차, 부패, 농촌 경제 파탄과 같은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일으킨다. 이러한 우려는 문화대혁명 시대를 경험한 학자에 의해서 제기되곤 하는데 이들은 경제적 발전 이전의 정치적 자유화가 소비에트 연방에 초래한 치명적인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 판웨이는 서구는 물질적 부와 현대성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법치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은 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된다고 말한다. 즉 신격화된 민주주의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와 법치를 분리하는 것이다. 
신좌파의 왕사오광도 비슷한 의견인데, 자국의 정치인들이 선거보다는 법치와 시민 참여에 기반한 모델을 모색할 것이라고 본다. 중국정부는 점점 더 주요한 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국민을 참여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왕사오광은 협의 민주주의가 중국 정치의 중심이 될 것이며 기층 선거는 보조적 역할만 할 것으로 기대한다. 충칭은 3천만의 거대한 도시인데, 공공협의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 대안이라는 측면에서 진정한 가능성은 좀 더 발전된 지역에서 이루어져야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정치학자 허바오강은 협의 민주주의 모델이 중국 정치개혁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본다. 법치를 발전시키기 위한 중국의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서구에서 예측한 자유민주주의 대신에 중국에서는 오히려 정교해진 독재체제의 변형이 나타났다. 왕사오광은 카리스마 정치의 시대는 가고, 전문가와 미디어 여론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스타일의 정치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구에서는 이것을 '기술 관료적'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대중적 정치지도자가 아니라 전문가에게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논점은 중국 공산당이 지속적으로 자신을 개조할 수 있는지 그리고 협의형 독재체제가 자유민주주의의 확고한 대안임을 증명할 수 있는가이다. 장기적 차원에서 공산당은 붕괴할 것이지만, 협의형 독재라는 중국식 모델의 성공여부는 주목할 필요가 있을 지 모르겠다. 

(3) 종합국력 

중국의 발전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 지침에 의해서 관리되었는데, 이는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논지는 가난하고 약한 나라로서 중국이 갈등과 충돌을 피하고 경제발전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급격한 발전이후 중국은 정비젠의 '화평굴기'을 차용하여 사용했는데, 이는 중국이 기존 국제 질서를 파괴하기 보다는 그 질서에 동참하는데 더 관심이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는 독단적 민족주의자의 반발을 샀는데 이러한 레토릭에 의해서 타이완 독립을 부추길지 모른다는 점이 작용했고 이를 폐기했다. 이후 중국은 세계화와 관련된 세 가지 개념을 중국의 국력 증진에 쓰일 전략으로 개조했는데, 그것이 소프트 파워, 다자주의, 비대칭전술이다. 
소프트 파워는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원하도록 만드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경제적 당근이나 정치적인 채찍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힘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문화나 사상적 매력 또는 행위의 정당성 획득과 국제기구에서 규칙을 만드는 능력 등에서 생기는 힘을 의미한다. 중국은 가난한 나라를 위한 모델자 옹호자가 되었다. 중국으로 인해서 자유민주주의는 더이상 국가발전을 위한 필요토대가 아닌 것이 되었다. 중국은 '경청하는 외교'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와 대비시켰다. 그러나 중국의 국내의 실질적 변화가 수반되지 않은 채 전 지구적 정당성을 획득하기는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무력하게 만들기 위한 경제적인 방법을 찾아내 미국과 직접 경쟁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승산이 더 높은 게임의 상황으로 미국을 유인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동맹을 맺고 새로운 영역의 세계를 정복하기 위해 전쟁보다는 무역을 선택하고 있다. 
저자는 황화 자본주의, 협의형 독재정치, 종합 국력이라는 개념은 세계화에 대한 중국이 특유의 철학을 형성하는 근본토대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발전 모델이 과연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중국의 순조로운 항해는 계속 진행되는 것 같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마크 레너드가 지적한 바와 같이 내부의 실질적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러한 모델은 결국 내적 한계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정치인들의 정치 철학을 생각해보니, 아무 것도 없이 천박한 자본주의를 맹종하는 모습을 보면 미래가 걱정스럽다. 어쩌면 우리 자신도 조화로운 발전과 성숙을 위한 철학을 이제라도 준비해야 되지 않을까? 중국의 정량적 분석이 아니라 정성적 분석을 덧붙여 읽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