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 육식주의를 해부한다

soocut28 2025. 5. 13. 09:39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 육식주의를 해부한다 

WHY WE LOVE DOGS. EAT PIGS. AND WEAR COWS: AN INTRODUCTION TO CARNISM

저 : 멜라니 조이

역 : 노순옥
출판사 : 모멘토 

발행일 : 2011년 02월21일

 

책의 역자가 언급했던 것 처럼, 얼마 전 구제역 파동으로 인해서 전국의 소, 돼지 2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 되었던 끔찍한 사건이 기억이 났다. 구제역은 인간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고, 물론 전염성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치료가 아주 불가능한 질병도 아니었다. 하지만 정부는 구제역 청정국이라는 지위에 집착해서 그 많은 생명을 다 죽였다. 누군가 지적했듯이 구제역 발생 후 살처분이라는 등식은 축산업 생산성 유지라는 자본주의적 논리에 따른 것에 다름없으며, 또 한국이라는 나라가 육류 수입국가이지 수출국가는 아니라는 점에서 구제역 청정국에 대한 집착은 이해가 가지 않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런 정황을 본다면, 지난 구제역에 따른 비인도적인 처분은 마땅히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오죽했으면, 해외언론에서 이를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비교까지 했단 말인가.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라는 긴 제목의 책을 발견하고서는 어떤 내용인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전에 피터 싱어가 1975년에 출간한 고전 '동물해방'을 읽었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인 작년에 출간된 이 책에서는 1975년과 2010년의 긴 세월의 간격, 즉 동물의 권리 신장은 어느 정도 되었으며 또 멜라니 조이는 어떤 시각으로 책을 전개할 것인가에 매우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피터 싱어의 책이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도덕적 기초로 하여, 동물 실험과 식용 동물 사육 실태를 통해 인간의 폭력을 고발하고 변화를 촉구했었다면, 멜라니 조이는 육식주의 (Carnism) 으로 명명한 폭력적 이데올로기를 해체하면서 우리의 각성을 촉구했다고 볼 수 있다.

멜라니 조이는 우리가 개고기와 돼지고기를 다르게 보는 이유는 시각의 차이, 그리고 그에 따라 인식도 달라진다고 보며 이는 우리의 '스키마 (schema)'때문으로 본다. 스키마란 우리의 신념과 생각, 인식, 경험을 구조화하는 심리적 틀인데, 이는 우리가 어떤 동물을 먹을 수 있는 지 결정해주고, 먹을 때 우리가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불편하지 않도록 해준다. 즉, 혐오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다. 육류 회사를 비롯한 산업계는 소비자들에게 축산산업의 실태를 철저히 비가시화 시키고자 노력한다. 한편 육식주의는 역사적 종교적 과학적 논거를 통해서 권장되고 당연시 된다.

동물을 아끼고 고통받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의 마음은 대개 보편적인 것이지만, 앞서 이야기한 스키마를 형성하는 체계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서 이를 비가시화한다. 멜라니 조이는 이러한 수단이 정신적 마비 (psychic numbing) 이고, 이는  부정 (denial), 회피 (avoidance), 일상화 (routhinization), 정당화 (justfication), 대상화 (objectification), 몰개성화 (deindividualization), 이분화 (dichotomization), 합리화 (ratinalization), 해리 (dissociation)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우리는 육식주의라는 폭력적 이데올로기가 신념체계를 형성하여 결국 육식의 당위성을 획득하고 또 그 자체가 비가시화되어 있다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육식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신화적 입장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비인도적이고 환경파괴적인 식육산업을 이제는 당연한 필요악으로 바라보지 말고, 이제 새롭게 그 패러다임을 한번 바꿔볼 시기가 온 것으로 보인다. 지배적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자유의지를 실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의지를 믿는다면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