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한국인은 미쳤다!

soocut28 2025. 11. 6. 08:32

한국인은 미쳤다!

저: 에리크 쉬르데주 (Eric Surdej) 

역: 권지현

출판사: 북하우스 

출판일: 2015년 7월24일

 

LG전자의 실적 악화는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일이기는 했지만, 2분기 실적은 그야말로 어닝쇼크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진은 어디서부터 시작한 것일까? 감각적인 휴대폰과 뛰어난 성능의 가전제품을 선보이며 세계시장에서 존재감과 점유율을 급격하게 늘렸던 이 국제적 기업이 오늘날 왜 이렇게도 몰락의 길을 걷고만 있는 것일까? 예전에 한국기업에 추월 당하고 존재감이 사라진 일본 전자기업인 소니를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쓴 프랑스인 에리크 쉬르데주는 LG전자 프랑스 법인에서 10여 년을 일했다. 프랑스 마케팅 담당으로 LG전자의 시장점유율과 판매량을 급격하게 늘렸고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LG전자 최초의 외국인 임원으로 승진했을 뿐만 아니라 법인장까지 역임했다. 문화와 사고방식이 전혀 다른 외국인이 한국 기업에서 일하면서 어떤 것을 느꼈을까? 이 책이 관심 받는 이유는 타인이 보는 우리 자신. 남을 통해서 우리의 장점과 단점을 알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쉬르데주는 빠르게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던 일본 기업에서 한국기업으로 이직했다. 전자업계의 재편이 신속하게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한국기업의 전망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기업이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실적을 올리는 이면에는 효과적인 시스템, 명백한 목적, 수치화된 목표달성과 같은 효율적인 관리체계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이면에는 지나치게 수직적인 상하구조, 지나친 사내경쟁과 노동강도가 있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을 때는 이러한 구조가 나쁘지는 않다. 브랜드 가치가 유지되고 물건이 잘 팔리고 경쟁사로부터 혁신적인 제품이 등장하지 않을 때, 잘 짜인 효율적 관리체제가 경쟁사보다 더 큰 이익을 담보하기도 한다. 문제는 그렇지 않을 경우이다. 우리는 쉬르데주를 통해서 이미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이는 이야기를 재확인한다. 이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권위주의적 집단주의 수많은 예 중에 하나다.

오늘날 치열한 전자업계의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분위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시대는 이미 공유경제 시대와 개인이 중요한 시점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LG와 같은 권위주의적 조직문화에서 혁신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개인이 소외된다. 위에서 아무리 많은 것을 주문하고, 군대처럼 수많은 훈시를 하더라도 아무 것도 변하는 것은 없다. 다만, 상사를 위한 서류작업과 보여주기식 업무만 늘어날 뿐이다.

서양인의 눈으로 본 한국기업의 모습은 과거 일본의 모습이기도 했고 현재의 중국의 모습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를 부정적을 볼 필요는 없다. 제국주의적 식민지 침탈을 통해서 부를 쌓고 오늘날의 여유를 얻은 그들이 수탈 받고 왜곡된 근대화 과정을 거친 극동 아시아 국가의 지금의 모습을 비웃을 권리는 없다. 다만, 이제 우리도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