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닥치고 정치

soocut28 2025. 5. 13. 15:15

닥치고 정치  
김어준의 명랑시민 정치교본  
지승호 인터뷰 ㅣ 저 : 김어준 ㅣ 출판 : 푸른숲 
발행일 : 2011년 10월05일

민음사에서 나온 '스티브 잡스'는 첫 몇 페이지만을 읽은 이후에는 시간이 전혀 나질 않아서 읽지 못했다. 900페이지 가깝게 되는 이 책은 겨울이 끝나고 한가해지면 조용한 카페 같은 곳에 가서 하루종일 읽어야 될 것 같았다. 11월에 일본 출장을 가면서, 손에는 아무런 책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약간의 당황스러움이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언급했듯이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길에서 읽는 책의 달콤함에 나는 너무 중독이 된 것 같다. 공항 서점에서 읽을 책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를 발견했다. 내 나름대로 가능한 우리가 가진 모순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자 했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은 법. 그러다 보니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은 것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기억인 것 같았다. 
'나는 꼼수다'라는 팝캐스트 방송을 내가 들을 리가 없었다. 사용하는 휴대폰이 블랙베리이다보니, 업무에는 도움이 많이 되지만, 다른 사람이 즐기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은 구경도 못한다. 게다가 관심도 없고, 막연히 정부나 대통령의 모습에 혐오감을 느끼고, 한편으로는 이 구조적 한계를 깨기가 어렵다는 실망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희망은 절망의 가면으로만 보였다. 거래처 사람을 만나면서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이 팝캐스트 방송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처음으로 mp3를 다운로드해서 방송을 청취하기 시작했다. 물론 블랙베리는 mp3 player 이상의 역할은 여전히 하지 못한다. 어쨌든 내가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라는 책을 읽게 된 것은 이 영향이 컸다. 
문득, 김어준의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기반이 되는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지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였다. 우리는 현상을 접하기 때문에 그 현상에 매몰되는 경우가 있다. 독재자가, 기득권이, 종교 지도자가 삶의 여유를 빼앗고 우리를 노예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잘못된 구조의 이식화로 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의 대통령과 기득권이 우리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몰아가는 것은 생활의 결핍을 강요하는 우민화는 아닌지 묻고 싶어졌다. 아마도 그 절정에는 미국과의 FTA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는 10%의 부자와 90%의 빈자만이 남을 지도 모른다. 한 선배는 5년이 지난 후, 한국은 남미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었었지. 
김어준의 언어가 쌍스럽거나 경박하다거나 말할 수도 있지만, 도올이 왜 EBS에서 그렇게 경박하게 말했는지 생각해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문득 이성의 관점만으로 세상을 조망하고자 했던 내 자신에게도 느껴지는 바가 많았다. 김어준이 '쫄지마! 떠들어도 돼. 씨바.'라고 했지만,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스테판 에셀이 말한 대로 우리는 지금 '분노하라!'가 필요한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