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화, 야누스의 두 얼굴
지구화, 야누스의 두 얼굴
Globalization: The Human Consequences
저자: 지그문트 바우만
역자: 김동택
출판사: 한길사
출판일: 2003년 09월
240여 페이지, 그리고 기존 도서보다 크기도 휠씬 작은 이 책을 나는 꽤나 오랫동안 읽었다. 물론 그 동안에 처리해야될 많은 문제들도 있었고, 잦아진 술자리도 있었다지만. 토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읽는데도 그다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나는 이책을 무척이나 길게 읽었던 것 같다. 어떤 구절은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나의 엷은 지식의 한계인지는 몰라도 이해하기 위해서 다시 읽어보고 의미를 생각해봐야했다. 어려웠다. 솔직히.
그렇지만 10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98년에 출간된 책으로서,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이 아직도 우리들에게 유효하다. 먼저 용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본서에서 지칭하는 지구화는 'gobalization'을 번역한 것으로 지금 우리에게는 '세계화'로 지칭되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화의 양상을 '여행자와 떠돌이', '천당과 지옥', '세계화와 지역화' 등으로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서 저자는 세계화가 가져오는 긍정적 변화의 양상 속에서 동시에 그것은 우리가 부작용으로 일컫는 양상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즉 그것은 부작용이 아니라 세계화의 진행으로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역자의 말처럼 지그문트 바우만은 세계화 양상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는 있지만, 그에 대한 해답은 제시하지 않는데, 책을 읽고서도 여러 생각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간단하게 본서 각 장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요약.정리를 해보았다.
현대문명의 발전에 의한 시간/공간의 압축은 인간의 이동성(mobility)를 양극화시킨다. 즉, 이동의 자유를 가진 자와 이동의 자유를 갖지 못한 자로 나누어진다. 이동의 자유를 가지지 못한 자들은 세계화의 흐름과 배치된 듯, 공간에 억류되어 지역화된다. 이동의 자유를 가진 엘리트 집단과 지역화된 집단 사이에서는 시간이 갈 수록 의사소통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며 이는 불안정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근대권력의 담지자들은 중앙집권적 공간을 만들어 영토와 인간의 지배를 강화했다. 이러한 근대권력의 모습은 푸코가 제기한 파놉티콘 모델을 기초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의 권력은 이러한 권력구조를 다수가 소수를 바라보는 시놉티콘 상황으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이는 대중매체의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시간/공간의 압축은 다국적 기업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이를 견제하던 국가를 넘어서는 상황이 되었다.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은 실질적 국가의 통제를 마비시키고, 국가는 다국적 기업을 위한 정책을 필연적으로 실시할 수 밖에 없다.
세계화된 사회는 소비자 사회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욕망을 근간으로 하나, 모두가 욕망을 총족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욕망추구를 위해서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가? 즉 세계적으로 움직이는 제1세계와 지역에 묶인 제2세계로 나누어진 세계에서 양극화의 문화적 그리고 심리적 결과는 엄청나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글은 무척이나 난해해서, 책 자체를 읽으면 내용의 이해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하지만 친절하게도 역자는 책의 내용을 쉽게 잘 정리.요약하고 있기 때문에 본문을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은 역자의 요약을 활용하면서 읽으면 내용의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쨌든 지그문트 바우만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래, 세계화는 멈출 수 없고, 그 귀결은 극단적인 양극화가 될 것이다. 우리는 과연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까? 라고..
2007.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