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배반한 역사
나를 배반한 역사
박노자 저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04월
나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최면상태에서 세뇌를 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사이퍼'에서 산업스파이를 만들기 위해서 사용한 방법처럼.. 나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근대에 만들어진 국가주의와 사회진화론의 논리를 맹목적으로 신뢰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80년대 6월항쟁의 여파가 한창일 때, 나는 어린 나이였고, 왜 사람들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었다. 나에게는 세상은 그런 일만 없다면 평온하게 흘러가는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대학에 들어온 그 직후에 박정희 정권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과오는 있으되, 그 업적은 반드시 인정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근현대사 소모임에서 박정희 정권에 대한 토론을 벌였을 때, 나는 혼자서 박정희의 긍정적인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소모적인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고 깨달아가면서, 나는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었던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가고 있었고 그것은 심히 나를 괴롭게 했다. 그리고 자각하지 않는 자의 세뇌되어 버린 나자신이 그리고 일본에 맹목적인 비판만을 일삼던 내가 그들의 영향을 진하게 받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일견, 근대의 조선과 대한제국의 개화파라든지 지도자들의 사상 속의 안타까움이 있다고 치더라도, 박노자가 이야기하는 가장 큰 슬픔은 우리들 스스로가 우리들 자신을 식민지로 만든 그 제국주의적 논리에 수긍하고 길들여졌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천황은 단지 국가와 국민이라는 외피로 포장되어 재생산되었다. 근대의 의미는 국가와 국민의 관점에서 포장되어 재구성되었고 이는 박정희와 같은 개발독재의 당위성을 제공했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지금의 우리를 만든 그 틀이 만들어졌던 근대, 많은 오해와 선입견이 있었던 그때.. 그 당시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한계가 있으나, 또 한편으로는 우리들 자신보다도 오히려 비판적이고 현실을 잘 보았다는 사실이 나를 반성하게 한다. 100년 서구를 바라보는 그 매국적 시각과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기존의 구태의연한 학계에서 벗어나 보다 다른 의미로 우리의 근대를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Park, No-Ja (1973 ~) was born to a Jewish family in St. Petersburg, Russia. His Russian name is Vladimir Tihonov but after immigrating to South Korea in 1999, he changed his name to a Korean-style name, Park, No-Ja and became naturalized as a Korean citizen in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