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의 모험

문구의 모험
당신이 사랑한 문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
Adventures in Stationery : A Journey through your pencil case
저: 제임스 워드
역: 김병화
출판사: 어크로스
출판일: 2015년10월21일
일본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나는 그새를 참지 못하고 공항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원래 협소하고 몇 권 되지 않는 책만을 판매하는 아담한 김포공항서점(및 한류상품판매점)이 재개장을 준비한다고 ‘문구의 모험’ 5권만을 판매하고 있었다! 당황한 얼굴로 나는 가뜩이나 작은 서점의 책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내 손에는 ‘문구의 모험’이 들려 있었다. 머리 속에는 마땅찮은 기분을 가지고 말이다.
하지만, 제임스 워드의 ‘문구의 모험’은 말하자면,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이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이럴 수가! 라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에게 새로운 취미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이런 세상에나. 일본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내 가방에는 미쯔비시 하이유니 2B 연필 1다스와 톰보우 Mono HB 연필 1다스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팔로미노 블랙윙 602’가 다음 구매 목록에 올라와 있었다.
어쩌면 나는 이전부터 본질을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왜 기행문학 작가인 ‘브루스 채트윈’이 평생 쓸 검정색 노트 (몰스킨 노트의 원조라고나 할까) 100권을 사고 싶어했는지. 존 스타인벡이 왜 글을 쓸 때마다 에드 파버의 블랙윙 602만을 썼는지를 알 것만 같았다. 직장에서의 대부분의 작업은 입력장치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컴퓨터의 기능은 나쁘지만 않으면 된다. 그래서 내가 기계식 키보드만을 사용하고, 노트북은 Thinkpad의 7열 키보드만을 고집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렇게 자신을 길들여간 문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지도 모르겠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익숙해지고 그렇게 서로의 내면에 침잠되었을 것 같다. 몰스킨 노트를 펴고, 나는 오늘도 자신의 상상력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일에 매달려 노트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글을 쓰면서 느껴지는 감촉. 사각거리는 촉감에 어쩌면 지루함도 모두 날려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까? 디지털화된 세계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이러한 문구를 사랑할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만년필이 지니는 의미가 바꾼 것처럼. 우리는 거기에 어떤 다른 의미를 부여할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