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역사

발칸의 역사
The Balkans: A Short History
저: 마크 마조워
역: 이순호
출판사: 을유문화사
출판일: 2014년 2월20일
남동부 유럽은 우리의 관심에서는 조금 먼 곳이다. 유고슬라비아 붕괴 이후에 벌어진 잔혹한 내전의 기억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분명 유럽에 속한 땅이기는 하지만, 그곳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유럽의 이미지에서는 별개의 낯선 존재로 비춰진다. 아마도 이러한 남동부 유럽, 우리가 흔히 발칸반도로 지칭하는 이 지역에 대한 이러한 편견은 서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탓이다.
비잔틴 제국을 점령한 오스만 제국은 대략 5백 년의 기간 동안 이 지역을 통치했다. 이 기간 동안 여타 서구 기독교 제국을 압도하는 국력을 보여주기도 했던 오스만에 대한 서유럽의 시각은 국력의 변화에 따라 경탄의 대상에서 혐오의 대상으로 변해갔다. 오스만 제국 스스로는 자신들을 비잔틴 제국의 계승자로 자처했지만, 오늘날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
오스만 제국의 발칸통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치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에 주목해야 되는 이유가 최근까지도 그 영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오스만 통치자들은 이슬람교를 제외한 타 종교에 대해서 비교적 관대한 정책을 펼쳤다. 이는 '민족성'을 근간으로 한 것이 아니라 '종교 공동체'를 바탕으로 신민을 통치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광활한 영토를 점령한 오스만 제국이 강압적인 개종정책으로 이질적인 제국의 구성원을 통치할 여력은 없었을 것이다.
제국의 통치자와 종교 지도자들간의 공생은 오스만 제국이 각 종교 공동체에 일정한 자치권을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하고, 반대로 종교 지도자들은 술탄에게 충성을 바치는 형태로 결합되었다. 제국의 신민은 세르비아인, 슬라브인, 그리스인, 투르크인과 같은 다양한 민족이 뒤섞였지만, 이들은 자신들을 단지 기독교인이나 무슬림으로만 인식할 뿐이었다.
오늘날 확인된 바에 의하면, 기독교인이나 유대교인이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것은 그다지 심각한 정체성의 문제는 아니었다. 단지 지금의 종교에 새로운 종교를 덧붙이는 식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슬람교인이 됨으로써 얹는 혜택과 출세를 위하여 많은 사람이 개종을 선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제국에서는 대규모의 개종을 과세 대상의 축소를 야기함으로 항상 환영할 수만은 없었다.
한편, 오스만 제국은 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킴으로써 토착 지주계급을 일소했다. 모든 토지는 형식상으로 '이슬람 공동체'에 속하는 것이었고, 지배층은 그 결과물만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전과 같은 토착적 지배계급의 도래를 차단함으로써 그 어느 지역보다도 발칸에서는 농민봉기가 앞으로의 현대국가 출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러한 지배구조는 결과적으로 발칸의 사람들에게 집단적 삶을 영위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거주하는 마을이 곧 자신의 조국이라는 관념을 가져왔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민족적 귀속감이 없었으며, 자신을 종교에 따라서 구별했다. 하물며 그 종교적 엄밀성도 서유럽에 비해서는 엄격하지 않았다. 정교회 예식을 통해서 사용된 그리스어가 주도적인 언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불가리아인도 자신을 그리스인이라고 인식했다. 또한 도시와는 다르게 농촌 사회에서는 각기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했다.
그러나 이러한 균형은 서유럽에서 영향 받은 근대화로 인하여 깨지게 되었다. 새롭게 유입된 민족주의가 사람들의 마음에 파고드는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말이다. 한편 러시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침입은 오스만 제국의 통치자의 신경을 자극했고, 급기야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신헌법의 공표까지 이어졌다. 청년 투르크당의 대두는 미묘하게 유지되던 균형에 더욱 악영향만 끼쳤다. 결국 오스만 제국의 유럽지배는 막을 내렸고, 새롭게 탄생한 현대국가들은 안정되지 못한 채, 수많은 혼란과 다툼이 계속 되었다.
공산주의로 미봉되었던 갈등은 급기야 소련 붕괴 이후, 인종청소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신생 국가의 탄생 이래로 이런저런 이유로 영토와 지배권에 대한 요구는 계속 되었으나, 이제 그 정점을 뒤로 하게 되었다. 오늘날 저자의 말처럼, 이 발칸이라고 불리는 지역은 경제적 위협이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다.
Mark A. Mazower (/məˈzaʊər/; born 20 February 1958, London) is a Jewish-British historian. His expertise is Greece, the Balkans and, more generally, 20th-century Europe. He is currently a professor of history at Columbia University in New York C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