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해커가 온다

바이오해커가 온다
생명공학을 해킹하는 신인류에 대한 보고서
저: 김훈기
출판사: 글항아리
출판일: 2015년 7월13일
뒤쳐진 세대가 된다는 것은 기술발전을 스스로 체화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로써 감탄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대학을 들어가서 처음으로 486 컴퓨터에 한글 워드프로세스를 깔아두고서 학술제 자료를 만들던 일이 생각났다. 일명 독수리 타법으로 몇 시간을 꼬박 앉아서 힘들었지만 얼마나 컴퓨터에 감탄했던가. 군대를 제대하고 처음 본 윈도우와 전화모뎀으로 연결된 인터넷은 또 어땠는가?
이제 일상의 도구화된 이러한 놀라운 기술의 산물에 안주하게 되었지만, 오늘날 내 자신은 전혀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에 생명공학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여명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물결에서는 다만 나는 하나의 구경꾼으로 이를 감탄하게만 되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현대의 기술발전의 속도는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런 사이에 나 같은 사람조차도 잘 적응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정보통신기술이 열정적인 해커의 성향을 가진 몇몇의 개척자들에 의해서 빠른 발전을 이루었고 그에 따라 막대한 부도 함께 따라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오늘날 생명공학은 연구실의 전문적 학자의 손에서 점차 열정을 가진 일반인에게로 그 범위를 점차 넓히고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생명체 합성을 목표로 하는 합성생물학 (Synthetic Biology)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합성생물학으로 인해서 이제 자연과학에서 공학의 시대로 넘어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생명공학에도 표준화의 도입, 즉 부품의 규격화를 통해서 탈 숙련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생체유전정보 습득에 가속화를 가져올 것이다. 클라우드 소싱 및 클라우드 펀등을 등에 업고 이러한 발전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바이오해커 집단은 기술혁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고 실제로도 조금씩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바이오해커 집단의 활동에 대해서는 생명안정성, 생물안보, 실험상의 안정사고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생명공학의 민주적 사용이라는 점에서 특허로 인한 로열티 장사와 과도한 지적재산권 문제는 앞서 말한 발전의 속도를 둔화시키고 지체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생명공학과 바이오해커의 활동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한다.
이 책에서 소개된 여러 프로젝트와 이를 통해서 미래에 대한 전망을 조금씩 해보기도 했다. 가정에서 3D 바이오 프린터를 통해서 맞춤형 바이러스 백신 혹은 약을 만드는 것을 상상해보았다. 지금은 실현가능성이 있는 지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그것이 꼭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생명공학의 무분별한 남용과 비도덕적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