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세계사 속 팔레스타인 문제

soocut28 2025. 11. 5. 07:05

세계사 속 팔레스타인 문제

저: 우스키 아키라

역: 김윤정

출판사: 글항아리 

출판일: 2015년 2월16일

 

긴 출장을 앞두고서 공항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출발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약간의 촉박함 속에서 알지 못했던 새로운 책을 발견하곤 한다. 모든 것과 단절된 탑승시간 동안, 아무 것도 걱정할 필요 없이 책에만 집중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항상 무엇인가 걱정하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스스로 가진 것이 없다고 말하지만,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런 것들이 많은가 보다. 어쨌든, 나는 곧바로 어느 일본인 학자가 쓴 팔레스타인 관련 책을 이미 집어 들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중동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데이비드 프롬킨의 '현대 중동의 탄생'이라는 책이 계기가 되었다. 1천 페이지에 육박하는 살인적인 분량을 자랑하는 이 책에서 원제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았다. 'A Peace to End All Peace' 모든 평화를 끝낸 평화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이 영문제목이 현대 중동의 거의 모든 것을 압축시켰다는 것을 알았다. 말하자면, 전통적인 권위와 지배구조를 뒷받침하던 오스만 제국이 1차 세계대전 직후, 그 권위와 영토를 잃어버림에 따라 제국에 의하여 조율되던 전통적 질서는 일순간 무너져 버렸다.

중동이라는 광대한 지역의 다양한 민족과 종교를 아우르던 이러한 질서가 사라졌다는 것은 곧 엄청난 혼란을 반드시 수반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사실 이러한 모든 문제의 축약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복잡하다. 인류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살인적인 국가 총력전인 1차 세계대전에 영국은 승리를 위해서 일관성 없이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서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반복했다. 유대인 국가를 지지한 벨푸어 선언, 영국과 프랑스간 중동분할을 위한 사이크스-피고 비밀협정까지.

우스키 아키라는 세계사라는 큰 틀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루고자 했다. 즉, 현대의 팔레스타인 문제만을 다룬다면, 우리는 그 심연에 깔린 갈등의 핵심을 절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기원은 우리가 나사렛 예수라고 불렀던 한 사나이의 삶으로부터 시작될 수 밖에 없다. 기나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은 다소 지루할 수도 있으나,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보면, 왜 영국은 유대인 국가를 지지했던 것인가? 이것은 반유대주의와 친유대주의가 기묘하게 섞인 영국의 상황에 기인한다. 영국 신교도는 유대인의 귀환과 이들이 예루살렘에 자신의 국가를 다시 건국하는 것인 성서에 따르는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영국정부가 이를 이용한 측면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오스만 제국은 밀레트라는 이교도 공동체의 존재를 관용적으로 인정했는데, 열강은 이를 이용하여 치외법권을 인정받았다. 말하자면, 프랑스 정부는 오스만 제국 내의 카톨릭 교도의 보호와 관리를 위한 특혜를 받았던 것이다. 이렇게 러시아와 프랑스가 각각 동방정교도와 카톨릭 교도를 통해서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침탈을 구체화했던 것이다. 이러한 연결점이 없던 영국정부는 유대인 공동체의 보호와 관리를 명목으로 오스만 제국을 침탈해 들어갔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20세기 초와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서구 제국주의 열강이 얼마나 중동에 무지했던가를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무지와 몰이해는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뒤섞인 제국을 뿌리부터 흔들었던 것이다.

영국이 자신의 힘을 상실하고 미국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미국정부가 친 이스라엘 정책을 추구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러 차례의 중동전쟁을 통해서 이스라엘이 지역 군사강국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미소 냉전의 대립 속에서 대 공산주의 교두보로 삼았던 측면도 강했던 것이다. 1993년 오슬로 합의 이후, 여전히 팔레스타인 문제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우스키 아키라는 '지금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해야 위해 넘어야 할 가장 높고 두터운 벽은 이스라엘이라는 내향적인 국가와 사회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다.'로 진단한다. 세계사적 관점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는 인류의 해방과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저자가 밝힌 것과 같이 팔레스타인의 여러 문제 중에서도 이산되어 해외를 떠도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고국 귀환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될 것이다.이 책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개괄적으로 통사적 시점에 따라서 알아볼 수 있으므로, 중동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