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菜根譚)
채근담 (菜根譚)
저 : 홍자성
역 : 김성중
출판사 : 홍익출판사
발행일 : 2005년 04월
채근담을 처음 읽은 것이 대학 다닐 때 였으니까 거의 20년 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전에 읽었을 때는 무척이나 머리 속에 와 닿는 것이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어떤 내용이었는지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대표적인 중국 고전을 한번에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서 채근담도 계획에 없이 읽게 되었다. 이전에 읽었던 내용이다 보니 쉽게 빨리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앞서 읽었던 몽구나 소학보다도 내게 더 많은 감흥을 주었던 것 같다.
사회 생활이라는 것은 내가 이 세상에 나와서 한 사회 구성원으로 기여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가족을 책임지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임했지만, 요즘에 들어와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사람이 왜 인생을 살아가는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가? 나는 대장부인가? 살아가면서 탐욕은 점점 늘어가는 것 같고 마음은 점점 인색해지는 것 같아진다. 채근담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후에 다시 읽으니 왜 그 때 나에게 그다지 큰 인상을 주지 못했는가 이해할 것만 같았다. '한비자'와 '맹자'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내가 젊었고 또 사회를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채근담을 썼다는 홍자성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명제국 시대에 활동했다는 정도가 전부이고 채근담 이외에 '선불기종'이라는 책을 한 권 더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가 설명에서 이야기를 한 대로 채근담이 쓰여진 명제국 시대는 중국 역사에서 황제의 권력이 가장 거대했던 시대로 기억되고 있다. 이전 춘추전국시대, 남북조 시대, 송, 원을 거치는 긴 시기 동안 중국의 권력층은 지식인을 보호했으므로 다양한 사상이 무르 익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명제국 시대의 강력한 황권은 오히려 이러한 활동을 역행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지적한 대로 채근담의 이야기는 논어, 한비자, 맹자와 같은 여타의 책에서 보여지는 담대하고 적극적인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책에서 나오는 내용은 현실 세계의 틈바구니에 잘못 관여하면 당신의 인생만 피곤하니 적당히 선을 행하도록 노력하고 되도록 악을 행하지 말라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래서 스케일 큰 중국 고전을 읽었던 사람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이라는 것이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처럼 굴곡을 깊게 파면서 진행되지는 않으니 홍자성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닐 법하다.
오늘날 직장을 다니는 사회인의 모습을 바라보면, 옛 장부의 모습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해지는 것 같다. 어쩌면 그들은 나처럼 심리학적 거세를 당한 유순한 공장형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했던 내용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천지는 영원하나, 이 몸은 한 번 뿐.
백 년도 채 안 되는 인생, 시간은 왜 그리도 빨리 가는지.
다행히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아! 인생의 즐거움을 깨닫고 허송세월 하지 말게나!
다른 사람을 믿는 것은, 그 사람이 반드시 진실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진실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그 사람이 반드시 속여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먼저 속이기 때문이다.
Hong Zicheng (simplified Chinese: 洪自诚; traditional Chinese: 洪自誠; pinyin: Hong Zicheng; Wade–Giles: Hung Tzu-Ch'eng, fl. 1572-1620) was a Chinese philosopher who lived during the end of the Ming Dynas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