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삶과 죽음
지구의 삶과 죽음
The life and death of planet earth
저: Peter D. Ward, Donald Brownlee
역: 이창희
출판사: 지식의 숲
발행일: 2006년 3월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태연하게 깨닫고 있지만, 영원히 삶을 지속하는 것처럼 망각을 하고 사는 것은 그것이 어쩌면 가장 편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라고 할지라도 터전이라 할 수 있는 이곳이 영원하지 못하다는 생각까지는 별로 들지 않을 것 같다. 생물이 탄생과 성장, 성숙 그리고 죽음의 사이클을 영원히 반복하는 것처럼 이 우주의 별도 그 과정을 지속한다고 생각하니 약간의 서글픈 마음마저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이 이 아름다운 별이 생명을 피우고 문명을 발전시킨 황금기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니, 갑자기 서글픈 마음까지 들었다. 우리의 자식과 후손에게 남겨진 시간은 너무나 짧다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우리의 고향인 지구는 우리가 생각한 것과 같이 항상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지구는 이미 3억년 전에 정점을 지났으며, 향후 5억 년만 지나면 지구의 동물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으며, 대량멸종이 지구를 휩쓴다면, 그 시기는 보다 더 빨리 올 수 있다. 오늘날의 지구는 청년기가 아니라 중년기 또는 노년기에 해당한다. 지구는 이미 쇠퇴하기 시작한 것이다. 생명의 역사는 지구가 점점 서늘해지고, 바다가 생기고, 대기가 산소로 가득 차고 육지가 서식 가능해지는 등의 변화에 대한 적응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증거로 미루어 볼 때 생명이 앞으로 존재할 시간은 이제까지 존재할 시간보다 짧을 것 같다. 즉, 지구를 비롯한 모든 행성의 생존기간은 유한하며 따라서 거기에 사는 생명체의 존재 기간도 한정되어 있다.
달은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를 안정시켜서 지구의 기후, 계절, 해류의 순환을 규칙적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복잡한 생명체의 진화에 필요한 안정성을 가져다 주었다. 지구와 달이 중력을 매개로 춤을 추는 과정에서 지구의 자전속도가 느려졌으며 달이 지구에 조금씩 멀어져 갔다. 지구의 대륙과 해양 배분은 태양계 안에서도 독특하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지구는 이제까지 생명이 서식할 수 있는 안정적인 장소가 되어 왔다. 배분이 적당했으므로 이산화탄소의 순환이 장기적인 온도조절 장치의 역할을 했다. 대기가 없었다면 애당초 생명이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산소가 없었다면 고등 생물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있고 물로 된 바다가 있다.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1개로 이루어진 단순한 물 분자는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온도 범위와 같은 범위에서 액체상태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러한 요소들이 지구의 '서식가능시스템'을 만들었다.그러나 앞으로는 궁극적으로 2가지 요소가 지구의 운명을 좌우할 것 같다. 첫 번째는 지표 근처의 기온이고, 두 번째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이다.
지구라는 행성이 생명을 갖고 있다는 가설은 제임스 러브록 (James Lovelock)이 제시한 '가이아설'이 있다. 그러나 전체로서의 지구가 번석, 대사, 진화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생명을 유지하는 지구의 특징은 스스로의 법칙에 따라 변한다. 대륙판의 이동은 '대륙의 표이'라는 땅덩이가 움직임을 일으키는 과정인데, 이것은 바위, 바다, 대기의 균형을 유지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다. 대륙판의 움직임은 인산염, 질산염, 탄소 같은 생명활동에 필요한 원소를 지구차원에서 순환시켜준다. 특히 탄소는 모든 유기체를 구성하는 요소로 탄소의 순환은 지구표면의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고 내려가는지를 결정한다. 이러한 대륙판의 이동은 생명의 탄생과 유지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현상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대륙의 이동을 읽는다면 기후의 변화도 함께 예측할 수 있다.
우리는 빙하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200만년 정도의 빙하기라는 주기에 살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기후는 지구의 과거 대부분과는 다른 독특한 기후며, 미래의 기후와 비교해도 매우 독특하다. 지난 250만년 동안 지구는 이례적으로 추웠고,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온대의 녹지는 사실 일시적이다. 문명은 1만2000년 정도 지속디다가 벌써 끝나가는 간빙기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일어났다. 인간은 예외적으로 조용하고 따뜻한 1만년 정도의 시기에 살고 있지만, 이러한 시기가 예외이며 그 뒤에는 평균 9만년의 이르는 춥고 건조한 기간이 도사리라는 것이 현실이다. 2억5천만년 뒤에는 지금의 대륙들이 서로 가까워져 제2의 곤드와나 대륙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다시 한번 지구의 생물종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대륙의 움직임은 미래의 기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생명체의 운명도 여기에 달려 있다.
생명은 지구가 살만한 곳이 되도록 여러 가지로 노력해 왔지만, 결국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요소인 탄소가 계속 감금되면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궁극적으로 태양이 뜨거워짐에 따라 생명체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될 수 밖에 없다. 5~10억 년이 지나면 이산화탄소의 감소와 온도 상승이 겹쳐 육상생물이 사라질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식물이 사라질 수준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기간이 상당히 오래 지속되다가 결국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식물이 모두 죽을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지구는 굶어 죽을 것이다. 영양소 순환은 정지해버린다.
10억 년 후가 되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70도가 될 것이며 태양은 지금보다 10퍼센트 정도 더 밝아질 것이다. 이제 바다가 증발하기 시작해서 차가운 우주 공간의 진공 속으로 사라진다. 바다는 겉보기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실제로 이미 우주공간에 달아나고 있다. 100만년마다 1밀리미터 씩 우주공간에 사라지는데 태양이 점점 밝아지면서 그 양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바다가 사라지는 것은 생명이 파괴되는 과정 중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이다. 한편 지구의 '맥박'인 대륙판의 움직임도 언젠간 멈출 것이다. 상승하는 기온, 사라지는 바다, 느려지는 대륙판의 움직임 등이 모두 합쳐져 직를 지옥으로 만들 것이고 결국 기나긴 생명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생명이 꺼진 지구는 태양이 적생 거성으로 진화하면서, 점점 태양 쪽으로 끌려 들어갈 것이며 온도가 10만 도쯤 되면 완전히 증발해 버린다. 지구에 있던 모든 물질의 화학결합이 끊어지고 지구의 과거를 알려주는 정보는 단 한 조각도 남지 않고 모두 파괴된다. 120억년에 걸친 지구라는 행성의 역사는 개개의 원자로 흩어지면, 태양이 질량을 공간으로 방출함에 따라 이 원자의 대부분은 광막한 우주로 흩어진다. 까마득한 훗날 이 원자들은 다시 모여 새로운 태양계, 새로운 행성, 그리고 아마도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다른 항성으로 여행하는 일은 아마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은 우리가 영원히 태양계에 묶여 있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는 아주 특별한 행성인 지구에서 보내는 현재의 순간을 소중하게 즐겨야 할 것 같다.
Peter Douglas Ward is a palaeontologist and professor of Biology and of Earth and Space Sciences at the University of Washington, Seattle, and has written popular science works for a general audience. He is also an adviser to the Microbes Mind Forum.
Don Brownlee is a professor of astronomy at the University of Washington (Seattle) and the principal investigator for NASA's STARDUST mission. His primary research interests include astrobiology, comets, and cosmic du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