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일본전산 이야기

soocut28 2025. 5. 13. 15:21

일본전산 이야기  
불황기 10배 성장, 손대는 분야마다 세계 1위,
신화가 된 회사 
저 : 김성호

출판사 : 쌤앤파커스 
발행일 : 2009년 01월01일

2011년 12월의 겨울은 매섭다. 지구 열대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최전선이라는 한국에서 겨울은 갈 수록 매섭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따라서 내 몸도 따뜻함에 녹아들었을까. 잠깐의 추위에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으니 말이다. 주말 한가로운 시간을 혼자서 보내고 있다보니, 책 한 권이 생각났다. 스티브 잡스의 공식전기는 반쯤 읽었는데, 두꺼운 책을 읽으면 흔히 느끼는 피로감이 잠깐 생겼다.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의 '일본전산'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것도 아마 그런 이유였던 것 같다.  "목소리 크고, 밥 빨리 먹는 사람을 뽑아라!"라는 자못 전근대적이라고 할수 있을 정도의 단순한 문구였다. 문득, 박정희 개발독재시대의 향수까지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듯 했다.
3월에 있었던 도호쿠 대지진, 엔고, 무기력한 고령화 사회 등 일본을 정의하는 단어는 무척이나 어둡고 재미없는 것 뿐이다. 신문 제호의 기사는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 회사 소니와 도요타의 실적부진과 이와 대조적으로 세계를 삼킬 듯 (?) 질주하는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에 대한 찬사로 가득하다. 한류스타의 아류시장 쯤으로 일본은 비춰진다. 일본계 회사를 다니며 일본을 접하고 있는 나에게 이런 찬사들은 일면 사실이기는 하지만 다 맞다고 볼 수 없다. 여전히 일본은 저력이 있는 나리이며, 우리보다 그 규모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근대화 이후에 축척된 문화적 경제적 역량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전산의 이야기는 2차 대전 후, 자신들을 현대적 사무라이라고 규정했던 회사원의 치열한 이야기인 것 같다. 마치 과거의 잔영이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교토의 허름한 곳에서 3명의 후배들과 함께 세운 이 작은 일본전산은 아직도 나같은 소비자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회사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이 회사를 NEC와 착각했었다.) 하지만 이 작은 회사는 오일쇼크와 거품경제를 이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불황기 10배의 성장을 이루었다. 주업인 모터부분에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한편, 구제 성격이 깊었던 M&A를 통해 인수한 적자기업을 단기간 내에 흑자로 돌려놓았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사람들은 과연 일본전산의 질주, 특히 일본이라는 지는 해에서 이룩한 이 놀라운 성과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목소리 크고, 밥 빨리 먹는 사람을 뽑아라!"라는 창업 초기의 인재채용은 사실 일본전산이라는 교토에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가 인재를 뽑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여지지만, 시사하는 바가 좀 크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은 일본계 회사의 해외영업 부서에서 일하고 있지만, 현지법인의 규모가 적다보니,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역할은 각 영업부서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이다보니, 신입사원들의 관심을 덜 받을 수 밖에 없다. 내가 회사의 입사 이력서 양식과 자소서 양식을 갖춰서 응시자들에게 작성하도록 요청한 이유는 적어도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라는 부탁이었지만, 그것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지원자가 많다. 어쨌든 우리의 인재채용의 방식은 나가모리 회장에 비해서는 세련되었다.
그렇지만, 인재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면 전공은 역사학이니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하고는 거리가 먼 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자신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자가 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팩이 높은 사람보다는 더 낫다. "어설픈 정신상태의 일류보다, 하겠다는 삼류가 낫다"는 그러한 말이 아니던가. 스스로 간절하게 원하는 사람이 함께 할 사람이라는 것. 나가모리 회장의 인재에 대한 안목이 이해가 갔다.
한편으로 일본전산의 가장 핵식점인 가치가 주목받는다.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 일을 하면서 지레 걱정하고 계산한다. 골치아픈 일이라고 생각하면 적당히 넘기고 싶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이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대충이라는 말을 할 수는 없다. 가장 기본적인 가치, 그것은 성실함이다. 일본전산의 성공 그리고 적자기업을 인수해 흑자기업으로 변신시킨 것은 이러한 단순한 가치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자신도 어떤 일을 하든지 그러한 자세로 했는가를 되물어본다면 시사하는 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일본전산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판단한 내용일 뿐이다. 최근 발생한 일본 올림푸스의 믿을 수 없는 분식회계와 도덕적 해이를 보면서 일본의 몰락을 단정하기보다는 아직 정도를 걸어가는 일본의 실력있는 회사가 많다는 사실을 더 주목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전근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에 대한 강조가 결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귀찮은 잔소리가 아님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회사의 실무를 하고 있는 담당자로써 매일 느끼고 있는 점이기 때문이다. 2012년의 불황은 길고 깊을 것 같다. 취업전선에서 상처받는 청춘들을 보면서 가슴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은 상투적이라고 할 지도 모르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Shigenobu Nagamori : Shigenobu Nagamori, who founded Nidec Corporation in July 1973, has since been serving as the Company's Representative Director, President & Chief Executive Officer (CEO). Mr. Nagamori, is currently serving as a Member of the Board of Directors and Chairman of Nidec Sankyo Corporation, Nidec Copal Corporation, Nidec Tosok Corporation, Nidec Copal Electronics Corporation, Nidec Servo Corporation and Nidec Read Corporation; and Representative Director and Chairman of Nidec-Shimpo Corporation, Nidec Machinery Corporation and Nidec Nissin Corp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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