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쇼크
회색 쇼크
(SHOCK OF GRAY)
저 : 테드 C. 피시먼
역 : 안세민
출판사 : 반비
발행일 : 2011년 07월18일
우리의 삶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온 오래된 자본주의는 이미 그 태생적 한계를 향하여 경주마처럼 빠른 질주를 하는 듯 보였다. 그 난폭한 말 위에서 위태롭게 앉아 있는 기수는 우리들 자신은 아닌지. 인간의 탐욕을 양식 삼아 생존해 온 이 낡은 가치관은 이미 갈 길을 잃은 듯 보였다. 그리고 우리들 자신도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고령화라는 늪에 서서히 빠져 들어가는 것 처럼 보인다. 자본주의가 위태로운 경주마라면 노령화는 그 말이 뛰어가고 있는 늪지 같다.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고령화의 모습은 낯설다. 하지만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내 자신이 고령화의 한 가운데 서있다는 당혹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에 속하는 한국에서 현실을 생각을 해보니, 그것은 곧 불안감으로 바꿔었다. 그건 노년의 삶을 책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해서 였을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러한 노년에 대한 사람의 막연한 불안감이라는 것이 사실 나 혼자만 가지고 있는 생각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만, 낡은 가치관이 무너지는 지금, 망각하고 있기에는 다가올 미래는 너무 잔인해보인다.
반갑지 않은 고령화의 모습은 전세계에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현상은 우리의 사회구조,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을 근본부터 뿌리채 변화시키고 있다. 테드 C. 피시먼이 제시한 수많은 사례를 보자니 미래에 내가 살아갈 디스토피아적 상황이 눈앞에 아른 거렸다.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선진국의 젊은 노동력의 부재는 경제발전의 활력을 앗아갈 것이며, 보다 많은 이민자가 유입되면서 사회구조 자체도 바꿀 것이다. 그러한 예는 스페인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스페인은 어느 순간 급격하게 고령화 되었고, 활력을 잃었다. 식민지 모국이라는 과거의 잔상은 제3세계 스페인어권 국가 출신의 젊은이가 스페인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는 과정은 앞으로 어쩌면 우리가, 아니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이다.
수많은 노년층의 등장은 은퇴자를 위한 헬스케어 사업과 같은 신종 서비스업의 출현을 부추길 것이다. 플로리다의 현재는 우리가 근 미래에 마주칠 가능성의 하나가 아닐까. 노년을 준비한 노인과 그렇지 않은 노인 사이의 극단적 양극화는 사회갈등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속하는 공동체의 성격을 새롭게 정의해야 될 지도 모른다. 노년층의 부양문제는 젊은이들과 노년층의 세대간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러한 문제는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도 해당할 수 있는 일이다. 중국이 자녀에 대한 투자를 억제해 경제발전에 집중했던 결과 경제력이 급상승했지만, 이제 그 역할을 맡았던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고령화는 발전하는 이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문득,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한계가 곧 고령화와 맞물려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세계에서 자녀를 양육하기란 어려운 일이며, 사회적 압력은 더욱 높아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 책에서 제시된 수많은 고령화의 실상이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마도 그러한 긴장감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잊고 싶었던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여기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떠한 대안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진정한 사회구조의 한계와 이와 궤를 같이하는 고령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탐욕을 절제하고 나아가 인간미가 넘치는 공동체의 회복이라고 보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이 이 책에서 느꼈던 아쉬움이다.
Ted C. Fishman is a veteran journalist and former commodities trader who has emerged as a leading expert on China and its rapid development as a dominant world p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