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여름 갑자기
그 해 여름 갑자기
저: 차우모완
출판사: 엔블록
출판일: 2010년 7월
솔직하게 말한다면 이 소설책은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싸구려로 취급되는 3류 소설로 취급받던 책 중에서도 명작의 반열에 든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순전히 저자의 독특한 이름과 책 표지에 책을 샀다고 한다면, 아마도 모두들 의아해할 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가끔 책을 내용보다는 겉에서 풍기는 이미지를 따라 선택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는 법이다. 재미도 감동도 없는 이 미묘한 책을 두고서, 난 과연 어떤 말을 써야 될까. 단지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고나서 들었던 생각은 차우모완이라는 작가의 이름 뿐이었다.
차우모완. 중국계 이름이 틀림 없을 것이다. 왠지 싸구려 느낌이 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왠지 묘한 기분이 들게 하는 이 책 표지를 보니 중국에서 출간된 책은 아닐 것이다. 맞다. 대만일 것이다. 책 내용에 대한 궁금증 보다는 책에 대한 묘한 이미지부터 생각이 났던 것은 사실이다. 여러 책과 함께 온 이 소설은 그런 느낌을 주었고, 그래서 되도록 다른 책을 다 읽고 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책의 내용과는 정말 너무나도 동떨어진 설명이 나의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다.
"말기 유방암 여성이 되찾은 사랑과 행복의 긴 여정 하지만 파랑새는 너무 가까이 있었다. 메스처럼 냉혹한 현대의학과 문명으로부터 여성성과 생명을 지킬 주인공의 지혜롭고 용기 있는 선택!"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이 책 설명을 보았다고 한다면,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역경을 이겨낸 혹은 이겨내지 못했더라도 감동을 주는 소설을 기대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긴 나도 요즘에 보면 무척이나 정형화된 틀에 박혀있기는 하지만. 그랬다. 차우모완이라는 저자는 중국계 한국인으로 보였고, 이 책은 대만 소설은 전혀 아닌 한국소설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실망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소설을 대하면서 내가 예상했던 것이 모두 어긋났다는 것, 그것이 저자가 어렴풋이 미스테리 소설 흉내낸 것보다 더 미스테리처럼 다가왔으니까.)
이 책은 말하자면, 마치 심형래의 '디 워'를 보고 나왔을 때 느낌이랄까? 책은 제대로 된 이야기 구성도 없이 '미스테리 + 동성애 코드 + 자연과학으로 치유하는 암 상식'이 짬뽕이 된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은 하나같이 모두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대화를 한다. 심오한 것 같지만 마치 아침 TV 프로그램에서 건강상식 혹은 개똥철학 읇어대는 사람 같다. 미스테리는 너무 싱겁고 맥 빠지며 재미없다. 동성애 코드는 억지스럽다. 암상식에 대한 것은 그냥 일본 전문가 책을 인용했을 뿐이다. 자... 그렇다. 난 SF소설 혹은 환상소설 읽은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솔직히 이 소설에 대한 글조차 별로 쓰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아까운 시간 들여가며 읽은 것이 아쉬워서 블로그에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