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와 연애한다

나는 나와 연애한다
저 : 문은식
출판사 : 생각의나무
발행일 : 2010년 11월
태풍 '무이파'가 서해를 따라 북상하면서 수도권에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침 출근길에 세찬 바람이 부니, 여름의 기운은 한껏 사라져 버리고 시원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을의 상쾌함에는 비할 수 없는 법이고 공기에 섞인 습기는 흐트리지며 내리는 작은 빗방울과 섞여 묘한 감정을 자극했다. 어제 뜨거웠던 날씨는 온데 간데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근래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다소 힘들어지고 있고, 그래서 책을 읽는 것도 다소 힘들어지기는 했지만, 출퇴근 시간에 짬을 내는 독서는 그래서 더 달콤한 것 같기도 하다. 다소 복잡하고 머리 아픈 책보다는 조금은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이 좋은 법이다.
그다지 기대하지 않고 '나는 나와 연애한다'를 읽기 시작했다. 전철 안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읽었던 책이지만, 점차 문은식이 내게 어려운 질문을... 대화를 하라고 권유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나는 타자와의 조우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문은식은 이 우주에서 자신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 뿐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것은 달리 그가 말한 대로 나르시즘이 아니라, 말하자면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할 때 인생을 보는 프레임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겪는 우울증이라든지 답답함은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하고 외면하는 자신과의 대화에 서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에게 질문하라고 말한다. '요즘 마음은 어때?', '요즘 뭔가 불편해?', '요즘 많이 힘들어?'라고 진지하게 자신을 바라보라고 한다. 스스로를 따듯하게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을 '그랬구나, 이제 알았어.', '그랬구나, 미처 몰랐어', '많이 힘들었구나. 미안해'라고 자신을 위로하면 될까. 문은식의 모든 글에 공감을 하지는 않지만, 자기 자신을 알아야 된다는 점에서는 공감을 한다. 내가 지금 이 순간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인생을 살아가는 방향도 정할 수 있는 법이 아니던가. 내가 만나본 많은 사람들은 다들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고 좋은 사람으로 평가 받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건 말하자면, 나 역시 그러한 범주의 사람이라는 이야기인데 어느 순간 저자가 말한 것과 같은 깨달음은 하나 얻었다.
즉, 모든 사람에게 친절할 수도 없고 사랑받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부 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사람은 종종 자기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기만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기만과 거짓이 자기 자신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가. 이제 그러한 짐을 내려 놓고, 모든 사람에게 사람 받는 욕심을 버리며 자신을 진실되게 알아가도록 노력한다면, 인생은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을 것이다.
문은식 포웨이 언터테인먼트 대표, 포웨이 행복삼당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