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설탕의 세계사

soocut28 2025. 5. 12. 15:59

설탕의 세계사   

저 : 가와기타 미노루

역 : 장미화 

출판사 : 좋은책만들기
발행일 : 2010년 11월03일

 

생각해보면 내일 모레면 40대로 들어설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체중조절을 생각할 정도로 우리의 식생활은 윤택함을 넘어선 지가 오래된 것 같다. 술자리를 좋아하고 술을 많이 마시다 보니, 당연히 많은 칼로리를 섭취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 가끔 우스개 소리로 오늘은 만 칼로리 혹은 이만 칼로리 라는 말도 해본다. 술을 자주 마셔서 그런 것이겠지만,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에는 도통 손이 가지 않는다. 이전에 물처럼 마시던 코카콜라도 끊은 지가 몇 년 되고, 이제는 칼로리 제로의 탄산수만 마시려고 노력한다. 물론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나를 예로 들어본다고 해도 사람들은 설탕으로 대표되는 고칼로리 음식의 섭취를 자제한다. 또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운동을 하고 식이요법을 병행한다.

이런 시대에 설탕이 세계상품으로 역사의 한 원동력이었다는 것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물론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선진국의 대열에 있는 나라만 해당한다. 오해는 마시라.) 어쨌든 지금 나에게는 혐오 식품의 하나로 낙인 찍힌 고칼로리 식품인 설탕을 다룬 '설탕의 세계사'라는 가와키타 미노루의 책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러나 곧 첫 장을 읽어 가면서, 문득 이런 류의 책들은 일본인이 많이 쓴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문고판으로 얇게 나온 책이 한국에서는 대개는 이런 두꺼운 양장본으로 만들어져 나온다는 것도 기억났다. (정말 국내 출판사는 반성을 해야 된다. 대체 책을 두껍게 활자 키워서 요란하게 치장하면 잘 팔린다는 그 무식한 생각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말이다.) 요란했지만, 아쉽게도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했던가. 어쨌든 세계상품으로의 설탕이 미친 역사적 상황을 한번 정리해보자.

설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좋아해서 그 무엇보다 세계상품이 되기 쉬운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같은 세계상품이 된 중요한 상품을 독점하면 큰 이익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16세기 이래의 역사는 이런 세계상품의 패권을 어느 나라가 쥘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경쟁 속에서 전개되었다. 16~19세기 동안 전 세계의 정치가와 실업가는 설탕의 생산권 확보와 유통의 장악문제를 놓고서 고심했고, 그 결과 브라질이나 카리브해 섬에 사탕수수 (Sugar Cane) 생산을 위한 플랜테이션(plantation)이 만들어졌다. 사탕수수의 재배, 수확, 제당에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아프리카 노예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사탕수수 재배가 지력을 급격하게 소모하게 되어, 제국주의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식민지를 확대해야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설탕은 처음에 아시아에서 수입된 후추나 향료처럼 고급스러운 조미료로 인식되기도 했으며, 이슬람에서는 결핵치료 등에 사용되는 약재였다. 이렇게 설탕이 약재나 신비한 존재로 인식된 것은 공급량이 적어 쉽게 구할 수 없고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17세기 중반 이후 칼로리의 보급원이 되었다. 산업혁명 시대 일반 노동자의 아침식사에 단골메류로 등장했으며, 한편 긴 노동시간의 중간에 마시는 설탕을 탄 홍차는 큰 역할을 했다. 즉, 차가운 빵을 한순간에 더운 요리로 바꿔주는 한 잔의 '설탕을 넣은 홍차'가 없었다면 19세기 영국 공업도시 노동자들의 생활은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설탕의 전성기는 지나가고 있다. 이러한 설탕의 쇠락은 선진국들의 식생활 변화였다. 과거에는 고칼로리 식품인 설탕의 소비량이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까지 이야기됐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면서 포식의 시대를 맞은 오늘날, 사람들은 설탕을 나처럼 건강과 미용의 적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제 설탕의 역사적 역할은 황혼기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커다란 이익을 보장하는 세계상품의 하나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의 탐욕이 계속되는 한, 설탕은 우리 곁을 항상 지키고 있을 것이다. (추신... 왠만하면 읽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