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임진강 주변 고구려 城을 찾아서

soocut28 2025. 5. 12. 15:50

임진강 주변 고구려 城을 찾아서  

저 : 진종구

출판사 : 어문학사

발행일 : 2006년 11월15일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강원도 평창이 선정되었다. 신문에서는 각 대륙에서 골고루 지지표를 얻은 경우는 평창이 유일하며, 이렇게 압도적인 표 차이로 승리하는 것이 처음이라고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뉴스 앵커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고, 프리젠테이션을 한 유치위원회 대변인은 한순간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런데 그다지 난 즐겁거나 혹은 큰 감동을 받거나 하지는 못했다. 다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민족주의의 과잉이 걱정되었다. 물론 전 세계인과 함께 하는 행사가 열린다는 것은 기쁜 마음으로 기대하지만.

글쎄 ... 우리는 스스로를 근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한 아픈 과거가 있어서 일까. 주위에 만연된 민족주의 과잉에 대한 문제의식은 없는 것 같다.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채택하고 한국과 정식으로 수교를 맺은 후, 한국인은 흥분했던 것 같다. 한국전쟁 후, 사실상 섬으로 전락한 한국에서 살아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민족주의 때문인지 잃어버린 고토라는 망상에 종종 빠지는 것 같다. 무리를 지은 수많은 한국인이 동북3성이라 칭해지던 만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곳은 우리의 고토이자, 고구려가 대제국을 세운 곳이다. 자신들을 짖누르던 제국주의 과거를 고구려로 대체하는 아류 제국주의의 향수에 젖어든다. 박노자 교수는 고구려가 근대의 제국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착각이라고 일침을 놓지 않았던가. 맞는 말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중국의 당시 현실이 우리가 생각하는 화려한 과거와 겹치면서, 사람들은 공공연히 고토회복을 소리쳤다. 삼국이 중국에 있었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도 나온다. (얼마 전에 끝난 KBS TV 드라마 '근초고왕'을 보라. 백제의 요서공략이 역사적 사실처럼 나오지 않던가) 물론 이 책에서도 그러한 내용이 학문적 견해의 하나로 실려있기는 하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발전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극심한 빈부격차의 사회적 압력과 이민족 분리독립 운동 (티베트, 신장위구르 지역)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이민족을 적극적으로 중화민족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우리가 분노하고 있는 동북공정도 이러한 서남, 서북공정과 함께 진행된 것이리라. 나는 과잉된 민족주의와 싸구려 감상이 중국의 신경증적 태도를 심화시키지 않았는가 본다. 그렇다. 중국 지도부는 과거나 지금이나 미래에도 분열을 두려워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점은 중국의 역사왜곡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고구려가 역사적으로 한국에 속한다는 것은 진실이고, 그것이 어떤 민족주의적 과잉에서가 아니라 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진실을 위해서 중국의 역사왜곡에 반론을 제기해야 된다.

이 책은 비교적 얇은 책으로, 민간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임진강에 위치한 고구려 성의 자취를 따라가고 있다. 다양한 사진과 지도를 함께 수록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저자는 대표적인 고구려의 성은 비록 우리가 갈 수 없는 북한과 접근이 차단된 중국에 있지만 우리나라 내부에도 많은 유적이 남아 있음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 역시도 우리 주변에 이렇게 많고 다양한 고구려 성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러한 성을 찾아서 직접 가본 저자의 열정이 감탄스럽다. 역사학을 전공했다는 나 역시도 대학시절 형식적인 답사 조차도 몇 번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 많은 아름다운 성들을 다 언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번쯤 읽어보고 잊혀진 아름다운 역사적 유산들을 찾아 나서는 여행길도 좋은 여름휴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