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총, 균, 쇠

soocut28 2025. 5. 11. 07:56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저: 재레드 다이아몬드

역: 김진준

출판사: 문학사상사

출판일: 2005년 12월

 

Singapore를 향하는 6시간의 긴 시간 동안,  나는 그 동안 게을러서 다 읽지 못했던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역작 '총, 균, 쇠'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책이 워낙 두껍고 무거웠기 때문에 항공사 담요로 경사를 만들어 책을 기대어 두고 조용하게 읽어 나갔다. 이렇게 두껍고 방대한 내용을 담은 책은 이전에 몇 권인가 읽은 적이 있지만, 요즘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서 의식적으로 편안한 분량의 흥미있는 분야의 책만 찾게 되었다. 사실 '총, 균, 쇠'를 한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미뤄 두었는데, 이 책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대학 후배의 평을 들으니 단숨에 교보문고로 달려가 책을 샀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책을 다 읽는 데는 한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한편으로는 책을 읽다보니 어쩌면 인간의 장대한 역사를 한 권의 책에 담으려니 700페이지도 짧게 느껴졌다. 자, 이제 장대한 몇 만년에 달하는 인류 문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생리학으로 시작한 저자의 관심은 조류학,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으로 확대되었고 마침내, 인류 문명의 다양성이 축약된 뉴기니에서의 오랫 경험과 관찰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한편 인류 문명의 불평등한 발전의 원인을 물었던 얄리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기도 했다. 과연 인류 문명의 발전은 왜 대륙마다 그렇게 큰 차이를 보였던 것일까? 어떤 민족은 무기, 병균, 금속으로 타 민족을 정복하고 왜 다른 민족은 정복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그 존재마저 사라져 버린 것일까? 문명의 발전 속도는 왜 그토록 큰 차이를 보였던 것 일까? 문명 발전의 요건은 무엇일까? 단순한 얄리의 질문은 최후의 빙하기 13,000년 이후의 인류 문명의 역사에 내재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묻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지난 날의 인종주의적 편견을 양상했던 불편한 견해를 반박하는 길이기도 했다.

근대에 접어들어 인류의 양상은 지역마다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 이미 서양이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반면, 오스트레일리아의 원주민 부족은 여전히 석기만 사용하는 수렵채집민 이었다. 한편 문명을 이룩한 민족의 발전 양상도 지역마다 매우 달랐고, 신대륙은 서양의 식민지로 전락하거나 정복된 상태였다. 과연 최후의 빙하기 이후 13,000 년 전부터 인류의 발전은 왜 이렇게 큰 차이를 보였던 것일까? 인종주의자가 말하듯이 이것은 민족마다 타고난 우열이 존재하는 것인가? 저자는 이 원인을 환경의 차이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인류 문명의 발전을 그토록 다르게 만들었던 환경적 요소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대한 역할을 했던 것을 언급하라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먼저 가축화 및 작물화에 있어서 기본 구성요소인 야생 동식물의 대륙간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동식물은 가축화 및 작물화에 부적합했지만, 유라시아에서는 비교적 가축화 하기 쉬운 대형 육상동물이 비교적 많았고, 또한 타 대륙에 비해서도 작물화에 적합한 품종이 많았다. 반면 타 대륙에서는 대형 육상동물이 홍적세 기간 동안 멸종했으며, 작물화할 수 있는 식물도 적었다. 이러한 가축화 및 작물화에 따른 농업 생산성의 차이가 각 문명의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이는 수렵채집민 상태의 인류가 정주화하는 데 기여했으며 한편 대형 가축을 이용한 생산성 향상은 잉여 생산물의 축척으로 이어져 보다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었다. 따라서 집단의 계층화, 중앙 집권화가 뒤따라 이어졌다.

다음은 확산과 이동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었다고 할 수 있다. 확산의 속도는 대륙마다 큰 차이를 보였는데, 유라시아가 기타 대륙보다 더 빨랐다. 그리고 이것은 확산의 축이 각 대륙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즉, 유라시아는 동서축이었던 데 반하여 타 대륙은 남북축이었다. 당연히 가축과 작물은 위도의 영향을 받으므로 동일 위도로 확산되는 동서축이 확산 속도가 빨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남북 아메리카는 파나마로 이어졌으나 거의 단절되었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가까운 지역이었지만, 작물의 확산은 위도에 따른 다른 생태적 차이로 인하여 쉽게 이루어지지지 않았다. 비로소 작물이 확산 대상지역의 환경에 적응하고 난 이후에 가능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대륙의 고립성에 따라 그 확산에는 차이가 존재했다. 가령 오스트레일리아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각 대륙의 면적과 인구 규모의 차이가 문명 발전의 차이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면적과 인구가 많다는 것은 경쟁하는 사회의 수도 많고, 잠재적인 발전의 요소도 휠씬 더 많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규모가 컸고 인구가 많았던 유라시아가 다른 대륙에 비해서 발전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한 바와 같이 인류 문명의 발전은 어떤 타고난 인류의 우열에 의해서 결정된 것은 아니며, 환경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결론 지을 수 있다. 여기서 서양문명이 타 문명보다 급격한 발전을 이룩하고 타 문명을 정복한 것을 살펴보면, 서양의 위치가 인류 역사에서 작물화와 가축화가 가장 빨리 시작된 비옥한 초생달 지역에 동일 위도의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했으며, 중국의 만성적 통일 상황과 인도의 만성적 분열 상황에 비해서 적당한 분열의 상태가 경쟁과 발전을 부추겼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마침내 서양인이 신대륙에 진출했을 때, 총, 균, 쇠로  원주민을 대체해버렸던 것이다. 한편 이것은 서양인들이 결코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대체하지 못했던 원인이기도 했다.

 


Jared Mason Diamond (born 1937) is an American scientist and author whose work draws from a variety of fields. He is currently Professor of Geography and Physiology at UCLA. He is best known for the award-winning popular science books The Third Chimpanzee, Guns, Germs, and Steel; and Collap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