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Not For Sale : The Return of the Global Salve Trade - and How We Can Fight It (2007)
저: 데이비드 뱃스톤
역: 나현영
출판사: 알마
출판일: 2010년 08월
겨울은 내가 사계절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계절이다. 적당히 추운 것이 아니라, 매섭도록 추운 것이 겨울의 매력이겠지. 베란다 창문을 열면, 얼마 전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불암산이 보인다. 업계에 계신 분이 전에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 너머에 산이 있었는데, 산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 정적인 이미지이다보니 처음에는 좋다가 나중에는 너무 적막했다는 말을 했었다. 가끔 산을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고 있자면, 그 말이 사실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한다. 하지만 정적인 것이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검도를 했었을 때도 나는 그 정적인 적막이 너무 좋았었다. 하지만 사실 그 정적인 적막함 이면에 격렬함이 숨어 있다는 것은 금방 느낄 수 있다.
인간이 같은 인간을 소유하고 매매하는 비윤리적인 행위가 이전에 광범위하게 자행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 와중에서 가장 핍박받은 것은 아프리카 인, 동아시아인 등과 같은 인종 차별에 기초한 것도 있었고, 같은 인종 속에서도 노예라는 이름이 붙지 않은 실질적인 노예 상태의 전제적 계급 구조가 전근대사회에 만연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근대를 독점한 서구의 생활 수준을 거의 따라잡을 정도로 발전했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말도 안되는 구습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믿기가 어려울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솔직히 데이비드 뱃스톤의 '누가 꽃들의입을 틀어막는가'라는 책을 읽기 전에는 나 역시 이러한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것은 어떤 이미지와 같은 것인데, 현재는 그 유효성이 의심되는 세계화의 여파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과 같은 비참한 상태에서의 노예와 다름 없는 사람들에 대한 약간의 관심이었을 뿐이다.
칸트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인간의 이성이 있는 한, 그리고 그를 믿는다면 노예제와 같은 도무지 윤리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들이 아직도 계속 된다는 것에 대해서 분노할 수 밖에 없다. 국내의 모 방송국에서 방영 중인 고발 프로그램에서 간혹 장애인들을 노예처럼 다루는 비정상적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것이 전세계적인 현상은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했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라는. 정적인 적막이 사실은 커다란 모순을 내포하고 숨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데이비드 뱃스톤의 이 책이 현대 사회의 노예제에 대한 어떤 전문적 학문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뱃스톤은 세계 여러 곳, 캄보디아, 태국, 남아시아, 우간다, 유럽, 페루, 미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의 여러 노예제의 양상을 고발한다. 한편 그러한 불합리한 모순을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한 여러 사람들의 노력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문제점은 제기하고 있지만, 대체 어떤 형태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못한다. 물론 성노예, 소년병, 강제 노동 등의 뒤틀린 노예제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는 단체와 개인의 활동상을 전해주고 있지만, 그것이 모순을 바닥부터 뒤흔드는 대안은 될 수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이 책은 뱃스톤의 말처럼 한계가 있다.
하지만 노예제가 현실에서만 보이지 않을 뿐, 일종의 산업으로 둔갑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는 사실은 환기시켜 준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것, 따라서 우리가 같은 인간으로써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노력해야 된다는 도덕적 사명을 일깨워준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도 뱃스톤이 본다면, 고발하고 싶은 비참한 상황들이 많을 것이다. 단지 묻혀있을 뿐. 현대의 노예제의 많은 부분이 남성의 욕구로 인해 비롯되었다는 것을 여기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같은 남성으로써 나는 건전한 욕구와 관계를 가지도록 노력하길 많은 남성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David Batstone leads the Not For Sale anti-human trafficking campaign that is connecting business leaders and celebrities to raise awareness on this issue. David served for six years as Executive Editor of Sojourners magazine, and was also a founding editor of Business 2.0 magazine and a contributor to The New York Times, Wired, The Chicago Tribune, Spin and The San Francisco Chronicle. He is the recipient of two national journalist awards and was named the 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 Chair at the University of San Francisco for his work in technology and ethics.